불황 계속된 패션업계…주총 키워드는 ‘리브랜딩·글로벌’

불황 계속된 패션업계…주총 키워드는 ‘리브랜딩·글로벌’

신세계인터, 글로벌 영역 확대하고 재무구조 재편
까스텔바작, ‘형지글로벌’로 변경…해외 시장 공략
휠라홀딩스, 26년 영업익 달성 위해 사명 변경 추진

기사승인 2025-03-23 06:00:12
지난 4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옷 가게에 봄옷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실적 부진을 겪는 패션업계가 주주총회를 통해 경기 불황 타개를 위한 돌파구로 글로벌 확장·사명 변경 및 리브랜딩 등을 내세웠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20일 열린 2025년 정기 주주총회에서 안정적인 재무 구조를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 확장을 본격화한다고 밝혔다. 

윌리엄 김 신세계인터내셔날 대표는 주주총회를 통해 지난해 국내외 경제 환경의 악화로 인해 패션·뷰티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해 소비 심리가 위축되면서 연간 소매 판매가 21년 만에 최대 감소를 기록했다”며 “특히 의복과 같은 준내구재 소비가 3.7% 줄어들어 패션·뷰티 기업에 도전적인 한 해였다”고 전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경기 침체로 인해 아쉬운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1조3086억원, 영업이익 26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매출은 3.4%, 영업이익은 44.9% 줄었다.

이에 비용 절감과 안정적인 재무 구조 구축이 현재 신세계인터내셔날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힌다. 김 대표는 “보유 자산의 활용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모든 임직원이 ROI(투자수익률)를 기반으로 업무 혁신을 추진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자사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리브랜딩 전략과 글로벌 확장을 동시 추진한다. 최근 K-컬쳐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업계는 지금이 글로벌 사업을 확장할 최적의 기회라고 평가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뷰티 브랜드를 중심으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해 성장성을 높이겠다”고 강조했다.

리브랜딩 전략과 관련해서는 “자주·스튜디오 톰보이·보브·맨온더분 등 주요 브랜드를 리브랜딩해 디자인과 품질 수준을 한층 높일 것”이라며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브랜드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골프웨어를 판매하는 까스텔바작도 리브랜딩에 나선다. 패션그룹형지 산하 골프웨어 업체 까스텔바작은 ‘형지글로벌’로 사명을 변경했다. 

까스텔바작은 지난 13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같은 사명 변경 등의 안건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형지글로벌은 앞으로 패션그룹형지를 비롯해 계열사 형지엘리트의 주요 주주로서 글로벌 사업을 주도적으로 이끈다.

계열사 형지엘리트가 중국 사업을 필두로 글로벌 진출을 확대하고 있어, 형지글로벌도 힘을 보탠다는 설명이다. 형지엘리트는 형지글로벌이 보유 중인 중국과 아세안 시장의 공급·유통망을 활용해 프리미엄 교복시장에 진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앞서 형지글로벌은 까스텔바작의 글로벌 본사였던 프랑스의 ‘PMJC’ 법인을 인수, 자회사로 운영해왔다. 2023년엔 태국 최대 유통사인 센트럴그룹과 손잡고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아세안 국가를 공략 중이며 중국, 대만 시장에도 진출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최근 골프 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두바이에도 제품을 공급하는 등 향후 더 많은 유통 채널을 활용해 해외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계획이다.

형지글로벌을 이끄는 최준호 부회장은 지난 2021년 까스텔바작 대표에 올랐다. 이후 패션그룹형지의 총괄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사업에 힘쓰고 있다.

형지글로벌 관계자는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본격적인 도약과 함께 그룹사의 주요 계열사로서 해외 진출을 견인하는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 이번 사명 변경을 결정하게 됐다”며 “앞으로도 국내 골프 시장의 활성화에 일조하는 한편, K패션을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는 휠라홀딩스도 사명을 변경하며 리브랜딩 작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휠라홀딩스는 오는 31일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휠라홀딩스를 미스토홀딩스으로 바꾸는 내용을 논의한다.

사명 변경은 휠라홀딩스가 세운 2026년 목표와 관련된 것으로 업계는 본다. 지난 2022년 휠라홀딩스는 2026년까지 연매출 4조4000억원, 영업이익률 15~16%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2년 내로 매출 4조4000억원 기준 영업이익 6600억~7040억원을 기록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휠라홀딩스의 영업이익은 약 3681억원으로 추정된다.

이를 위해 휠라는 휠라 브랜드는 장기적 브랜딩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 △국내 매출 조정·비효율 매장 정리 △글로벌 브랜드 앰버서더를 활용한 마케팅 활동 △신규 신발 시리즈 ‘인터런스’와 ‘에샤페’ 등을 활용한 전략이다. 에샤페는 올 상반기 일본을 시작해 대만, 호주, 필리핀 등에 출시될 예정이다. 인터런은 일본과 대만에서 선보인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특정 기업이 아니라 패션업계가 지난해 전반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겪었다. 올해도 경기 전망이 그다지 좋지 않은 만큼 자구책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뷰티 확장 등 사업 다각화, 포트폴리오 확장, 사명 변경 등 리브랜딩 작업까지 불황의 늪을 벗어나기 위해 업계가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하연 기자
sim@kukinews.com
심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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