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법 개정안에 직을 걸며 정부·여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반대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번엔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가했다. 거부권 행사 후 국회의 재표결 중단은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 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 제53조는 재의요구시 국회는 재의하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헌법재판관 임명 지연이 위헌이면 상법 미표결도 위헌”이라고 토로했다.
이 같은 발언이 나온 배경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이사의 주주충실의무를 명시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이후,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해당 법안을 재표결에 부치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앞서 한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는 내용이 골자인 상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이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에 부쳐지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최종 폐기된다.
이 원장은 한 권한대행의 거부권 행사에 강력한 반대 입장을 피력해 왔다. 거부권 행사 직전인 지난달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내기도 했다. 그보다 앞선 지난달 13일에는 상법 개정안 거부권과 관련해 “주주가치 제고와 관련한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형태의 의사결정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면서 “직을 걸고서라도 반대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날 이 원장은 “민주당이 소액주주 보호에 진심이라면, 재계가 명분으로 삼는 과도한 형사처벌도 같이 개선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지금에 와서 상법 재표결을 미루고 기업에 대한 과도한 형사처벌의 문제점 시정에 침묵한다면, 자신들이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요 정책 이슈를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음을 자인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국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칼은 민주당 측에서 쥔 상태고, 이를 외면한다면 1500만 투자자를 외면한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