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찔끔 사재, 구제안 감감…홈플 사태 부담은 금융권·투자자 몫

MBK 찔끔 사재, 구제안 감감…홈플 사태 부담은 금융권·투자자 몫

기사승인 2025-04-11 06:00:07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이 홈플러스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수백억원대 사재 출연과 600억원대 연대보증에 나섰다. 하지만 홈플러스 투자로 막대한 자금이 묶인 금융권과 투자자들이 기대하던 고통분담 규모와는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구체적인 구제안을 내놓고 있지 않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김 회장은 홈플러스 문제로 지난달 수백억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했다. 홈플러스가 사모펀드인 큐리어스파트너스로부터 조달한 600억원에 대한 연대보증도 섰다. 김 회장의 사재 출연과 지급보증 모두 소상공인 결제대금 정산에 국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소식은 국회와 홈플러스 전자단기사채(ABSTB) 투자자들이 MBK와 홈플러스에 사재 출연을 포함한 구체적인 피해 구제 방안을 10일까지 제출할 것을 요구하고 있던 중에 나왔다. 전날 MBK 등은 이와 관련한 별다른 계획을 결국 내놓지 않았다. 

홈플러스 사태로 타격을 입은 증권사들 사이에선 구제안이 없던 점에 대해 ‘예상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A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아마추어도 아니고 프로인데, 구체적인 안을 내놓을 것이라면 진작 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기대에 못미친 사재출연으로 논란을 지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정치권과 시장은 1조원 규모의 투자와 2조원 규모의 사재를 출연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B증권사 관계자는 “MBK, 홈플러스가 뼈를 깎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물론 1000억여원도 굉장히 큰 돈이지만 시장은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시장은 몇 천억으론 홈플러스가 살아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며 “(MBK가) 홈플러스를 정말 살리고 싶고,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최소 1조원 이상의 사재를 내놓고 (이해당사자들의) 손실을 보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매장. 연합뉴스

실제 홈플러스 사태로 인한 금융권 피해는 막대한 상황이지만 해결책은 묘연하다. 메리츠증권을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은 홈플러스에 62개 매장을 담보로 1조3000억원을 대출해 줬다. 메리츠가 담보권 실행을 동해 자금 회수를 할 순 있지만, 메리츠가 회수를 시작하면 홈플러스 점포들은 경·공매 처리돼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메리츠금융이 보유한 홈플러스 대출잔액 중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규모로 가장 많은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으로 부담만 커지고 이자는 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홈플러스가 발행한 전자단기사채(ABSTB) 잔액 규모도 총 4019억원 달한다. 이 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1777억원 규모다. 해당 채권 주관사인 신영증권과 판매사인 하나증권, 현대차증권, 유진투자증권 등 4개 증권사는 지난 1일 홈플러스를 사기 혐의로 고소한 상태다. 개인투자자들 역시 이날 김병주 MBK 회장과 김광일·조주연 홈플러스 공동대표, 이성진 홈플러스 재무관리본부장 등에 대한 집단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물품구매 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투자금은) 은퇴자금, 질병치료자금, 세입자 전세자금 등 가정 경제에 긴요하게 쓰일 단기 유동자금이며 법인의 경우 설비 운전자금을 위해 단기간 운용하던 긴급자금”이라며 “당장 직원들의 급여와 운전자금이 부족해 2차 3차의 연쇄부도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홈플러스 점포를 자산으로 보유한 펀드·리츠(부동산투자신탁)의 금융권 대출액은 3조원에 달한다. 시중은행 대출액만 1조원에 육박한 상황이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자사 매장을 보유한 펀드·리츠 측에 임대료 30∼50% 감액을 요구했다는 점이다. 이에 기한이익상실(EOD)에 따른 대출금 조기상환과 담보 매각, 투자자 손실 등 연쇄적인 부작용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의 법원 회생계획안 제출 기한은 오는 6월12일까지다. 회생계획안이 확정돼야 상환 일정 등을 알 수 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임지혜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