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예능 프로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비교하거나, 정자 수를 경쟁적으로 자랑하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건강한 것은 아니라며 무분별한 보충제 복용과 비정상적 약물 사용은 생식 기능 저하, 탈모, 불임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대한남성건강갱년기학회는 22일 서울 강남구 차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성선기능저하증에 따른 테스토스테론 치료 성명서(가이드라인)를 발표했다. 성선기능저하증은 고환에서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분비가 부족할 때 생길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이 부족하면 성욕 감소, 발기 부전, 정자 감소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과 근력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어 종종 운동선수나 보디빌더 등이 오용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과량 사용하면 오히려 정자 생성 감소, 탈모, 전립선비대증, 음경 강직 등의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전문가들은 “테스토스테론은 개인의 상태에 맞게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라며 “남성 갱년기 치료도 무리한 호르몬 보충보다는 건강한 생활습관과 꾸준한 운동이 병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김영상 분당차병원 가정의학과장은 “성선기능저하증 치료에 있어 중요한 건 비만이나 당뇨 등 대사질환의 관리다. 대사질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결코 좋아지지 않는다”며 “생활습관 문제를 개선한다는 전제 하에 남성 호르몬 치료가 이뤄지면 더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현준 부산의대 비뇨의학교실 교수는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9인 사람이 6인 사람보다 더 건강하다고는 할 수 없다”며 개인별 테스토스테론을 적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 교수는 “요즘 예능 방송에서 서로의 테스토스테론을 비교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적절치 않다”면서 “헬스장 트레이너가 자신의 보디빌더 입상 경력을 늘리기 위해 테스토스테론 주사를 맞고 대화에 나가고 고객에게 이 방법을 소개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외 직구 등 비정상적 방법으로 약물을 구매해 복용하는 일도 있다”면서 “약물을 오남용하면 고환 크기가 줄어들고, 정자가 한 마리도 나오지 않는 무정자증을 앓아 불임 상태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