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 용인시에 거주하던 A씨는 지난해 과천의 한 아파트 일반 공급 청약에 당첨됐다. A씨는 남편과 세 자녀, 어머니, 시어머니까지 총 7명이 함께 산다고 해 청약 과점을 높게 받았다. 정부는 한 집에서 7명이 사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해 조사를 시작했다. 조사 결과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위장전입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택청약에 당첨되기 위해 불법 행위를 저지르는 사람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청약 가점 제도가 이러한 편법을 부추기고 있어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수도권 주요 분양단지 40곳(약 2만6000가구)을 대상으로 공급 실태를 조사한 결과 부정청약 사례가 390건 적발됐다. 이는 지난해 상반기(127건) 대비 263건 증가한 수치다. 가장 많이 적발된 유형은 ‘직계존속 위장전입’으로 243건(62.3%)에 달했다. 본인이 거주하지 않으면서 허위 주소로 전입 신고해 청약하는 ‘청약자 위장전입’이 141건(36.2%)으로 뒤를 이었다.
위장전입이 늘어나는 이유는 현행 청약 가점제의 허점을 노린 결과다.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조작이 불가능하지만, 전입신고는 상대적으로 조작이 쉬워 위장전입이 주로 활용된다. 청약 가점 항목은 △무주택 기간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으로 구성되며, 총점은 84점이다. 만점을 받기 위해서는 7인 이상 가구가 15년 이상 무주택 상태를 유지하고, 청약통장을 15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과 치열한 경쟁률은 이러한 부정 청약을 부추긴다.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수도권의 평균 청약 경쟁률은 71.4대 1에 달했다. 비수도권도 7대 1 수준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수억 원의 시세차익이 발생해 청약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한 제도개선 요구도 커지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해 12월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주택청약 가점제도 개선방향’ 보고서를 통해, 사회 변화에 맞춰 가점 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혼인 시 10점, 배우자 10점, 자녀 1명당 10점, 부모 등 직계존속 1명당 2.5점(최대 2명) 등을 부여하는 새로운 가점 방식이다.
실거주 요건 증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무주택 기간이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은 조작이 불가능하니, 위장전입을 통해 부양가족 수를 늘리는 방식이 자주 사용된다”며 “실거주 여부를 엄격히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정 청약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현행 주택법에 따르면 위반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계약 취소, 주택 환수, 향후 10년간 청약 제한 등의 조치가 가능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위장전입 등 불법 행위는 사전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적발 시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억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