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의 주인공이 사라진다…‘반짝 반등’의 더 큰 경고

어린이날의 주인공이 사라진다…‘반짝 반등’의 더 큰 경고

출생아 수는 늘었지만 초등 입학생은 절반
교육비 부담·노키즈존 문화 등 현실적 장벽
전문가 “사회 인식·교육 개혁 없인 반등 지속 어려워”

기사승인 2025-05-05 06:00:09
쿠키뉴스 자료사진

최근 출생아 수가 8개월 연속 증가하며 ‘출산 반등’이라는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그러나 전체 어린이 인구는 여전히 빠르게 줄고 있고, 출산·육아 환경의 구조적 문제는 그대로다. 반짝 반등 속에 가려진 ‘아이 키우기 어려운 나라’의 현실, 그리고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이 더 이상 먼 이야기만은 아니다.

통계청이 지난 4월 발표한 ‘2025년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출생아 수는 지난해 7월부터 8개월 연속 전년 동월보다 증가하며 반등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8343명으로 9년 만에 소폭 반등했다. 올해도 1~2월 누계 출생아는 전년보다 7.6% 많았다. 혼인 후 출산까지의 시차를 감안할 때 출생 반등은 올해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전체적인 어린이 인구 감소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14세 이하 유소년 인구는 548만5000명으로 10년 전보다 24.0% 줄었다. 같은 기간 고령인구는 58.3% 증가했다. 초등학교 입학 인원은 2000년 약 73만 명에서 2024년 약 37만 명대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학령기(6~21세) 인구는 1980년 1440만 명에서 2023년 730만 명으로 줄었고, 2040년에는 412만 명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출산율 하락은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소아청소년과와 산부인과 등 영유아 관련 시설들은 줄줄이 문을 닫는 추세다. 보건복지부와 교육통계에 따르면 유치원 수는 2017년 9029개원에서 2022년 8562개원으로, 어린이집은 2015년 4만2517개소에서 2024년 2만7387개소로 각각 감소했다. 

산부인과와 소아청소년과 병원도 전국적으로 줄고 있으며, 지역별 격차는 더 뚜렷하다. 2022년 기준 세종시 분만병실당 신생아 수는 315.3명, 전남은 295.1명에 달했지만 충남·전북은 160명대로 집계됐다.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사회 구조도 반등의 발목을 잡는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30세대의 87.8%가 ‘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기피하고 있다고 답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초·중·고 사교육비 총액은 약 26조 원에 달하며, 1인당 연간 사교육비는 10년 새 1.7배 증가했다. 월소득 800만 원 이상 가구와 200만 원 미만 가구 간 사교육비 격차는 5배 이상이다.

노키즈존과 같은 문화적 장벽도 현실이다. 아이와 함께 외식하거나 문화생활을 즐기기 힘들다는 경험은 젊은 세대에게 출산을 망설이게 만든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이날 공식 행사가 열리지 않아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소규모 행사를 여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일시적인 수치 반등에 안주해선 안 된다고 경고한다. 유혜정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 인구연구센터장은 “출산장려금이나 양육수당 확대만으로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일·가정 양립을 위한 사회 인식 개선, 가족 돌봄 인프라 확충, 과열된 입시 구조와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교육제도 개편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숫자에 가려진 구조적 문제를 바꾸지 않는 한, ‘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은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수 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
황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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