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면 말하고 걷는다”…상용화 다가선 BCI 기술

“생각하면 말하고 걷는다”…상용화 다가선 BCI 기술

미국 스타트업 침습형 BCI 의료기술, FDA 첫 허가
와이브레인·지브레인 등 국내 기업도 개발 속도
정부, 국제표준 주도…산업화 촉진 기대
“BCI 도입 효과 큰 만큼 제도적 지원 강화해야”

기사승인 2025-05-09 06:00:05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마비 환자의 소통이나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이 미국에서 처음으로 허가 문턱을 넘으며 상용화에 다가섰다. 게티이미지뱅크

뇌와 컴퓨터를 연결해 마비 환자의 소통이나 보행을 가능하게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Computer Interface, BCI) 기술이 미국에서 첫 허가를 받으며 상용화 물꼬를 텄다. 한국은 BCI 국제 가이드라인 구축을 주도하며 산업 기반을 다지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BCI는 뇌파를 통해 인간의 의도를 컴퓨터, 로봇 등 외부 기기로 전달한다. 신체 기능을 복원하기도 한다. 뇌에 전극을 이식하거나 두피에 센서를 부착해 생각을 읽어 문자 입력, 음성 구현, 기기 제어 등에 활용한다. 주로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 신경 재활, 장애인 보조기기 등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으며, 오는 2034년에 세계 시장이 약 17조3128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BCI 기술은 미국과 중국, 유럽 등을 중심으로 개발이 활발하다. 지난달에는 미국 스타트업 프리시전 뉴로사이언스가 개발한 BCI 장치 ‘레이어7 피질 인터페이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인허가를 획득했다. 이 장치는 초박형 필름 위에 수천 개의 미세 전극을 배열해 대뇌 피질에 밀착시켜 쓴다. 환자의 신경 신호를 정밀하게 포착해 말하기나 움직임을 돕는다. 

미국의 뇌신경과학 기업인 뉴럴링크는 언어 기능이 손상된 환자를 위한 ‘음성 복구’ 장치로 최근 FDA의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받았다. 루게릭병(ALS), 뇌졸중, 뇌성마비 등으로 인해 의사소통이 어려운 환자의 뇌에 칩을 이식해 말을 하고 소통을 가능하게 한다. 아울러 중국, 유럽에선 정부와 민간기업, 연구소 중심의 공공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와이브레인, 지브레인 등 스타트업들이 BCI 기술 연구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와이브레인은 올해 초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의 글로벌산업기술협력센터 사업에 공동 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돼 3년간 약 60억원의 국책 연구비를 지원받는다. 와이브레인 관계자는 “국제 협력을 통해 마비 환자의 운동 기능 복원을 위한 BCI 휠체어 로봇 플랫폼을 개발 중”이라며 “뉴럴링크보다 빠르게 인허가가 가능한 최소 침습 BCI 기술을 바탕으로 인체 임상시험 및 인허가 초기 단계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지브레인의 경우 국내에서 유일하게 침습형 BCI를 연구하는 기업이다. 지난해 말 침습형 BCI ‘대뇌피질전극’에 대한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 받고,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임상 연구를 실시하고 있다. 지브레인 관계자는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기술과 연계해 뇌파만으로 주변 사물을 제어·소통할 수 있게 하는 BCI 기술을 개발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정부는 BCI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BCI 데이터 형식에 대한 국제 표준화 작업에도 착수한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 국가기술표준원은 지난 2023년 우리나라가 제안한 ‘BCI 데이터 형식’ 국제표준안이 BCI 국제표준화 위원회 총회에서 최종 승인됐으며, 향후 표준 제정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해당 표준안을 적용하면 국내 BCI 산업화를 촉진하고, 제품 개발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다만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업에 대한 정책 투자나 제도적 뒷받침이 부족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미국은 민간 자본 투자와 FDA 인허가 제도를 활용해 새로운 기술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틀을 갖췄다. 중국은 정부가 연구개발과 신기술 도입을 직접 지원하며, 병원 등 의료 현장에 신기술을 적용할 수 있게 지원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기술력과 임상 환경이 우수하고, 국민건강보험 제도도 잘 조성했지만 신기술의 시장 진입 제도가 취약하며 내수 시장이 작아 한계가 있다”고 했다. 이어 “국내 시장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기업 주도의 정부 과제를 추진하면서 동시에 FDA 인허가 절차를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며 “마비 환자처럼 건강보험과 요양보험 재정이 많이 투입되는 분야에 국산 BCI 제품을 과감히 도입해 보험 재정의 비용효과성을 높이고 외화 유출을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신의료기술평가 유예 등 제도적 진입 장치에 그치지 말고, 국민건강보험과 요양보험 차원에서 적극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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