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자 처벌마저 오락이 된 미래…사면 대가로 펼치는 데스매치 ‘체인 갱 올스타전’ [신간]

범죄자 처벌마저 오락이 된 미래…사면 대가로 펼치는 데스매치 ‘체인 갱 올스타전’ [신간]

감옥마저 민영화된 미국, 범죄자의 처벌마저 오락이 된 미래
전례 없는 쇼 비즈니스가 펼쳐진다…신간 ‘체인 갱 올스타전’

기사승인 2025-05-08 15:04:50
‘체인 갱 올스타전’ 표지. 황금가지 제공

‘워싱턴 포스트’에서 “‘1984’나 ‘시녀 이야기’와 같은 충격적인 깨달음을 준다”고 극찬한 장편 소설, ‘체인 갱 올스타전’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신진작가로 꼽히는 나나 크와메-아제 브레냐의 장편 소설로, 작가의 첫 장편 소설임에도 이례적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바 있다.

완전한 사면을 대가로 전 세계에 방영되는 데스 매치에 참가한 수감 자들의 이야기를 그린 이 작품은 민영화된 교도소가 실존하는 미국 사회 구조에 시청률 경쟁에 집착 하는 쇼 비즈니스와 살인 행위마저 수익화하려는 자본주의 시스템 구조를 결합시켰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를 비롯해 20여 개 주요 매체가 올해 최고 소설로 선정했고, 록산 게이 북클럽, 제나 북클럽 소설로도 선정되며 상업적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첫 장편 소설로는 이례적으로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액션, 사회적 비판, 문학적 세련미가 결합된 작품으로 오직 소설만이 가능한 방식으로 미국 형벌 시스템의 비인간성을 조명하며, 인종과 젠더, 오락성과 도덕성이 복잡하게 교차하는 지점을 드러냈다”는 평을 받았다.

앤드루 카네기 메달, 아스펜 상, 로커스 상 등 10여 개 문학상의 후보로도 지목된 이 책은 평단의 두터운 신뢰를 받았다.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는 전미도서재단이 선정한 ‘35세 이하 젊은 작가 5인’ 중 하나로 “누구든 미국 최고의 신진 작가 반열에 그를 올릴 것(시카고 트리 뷴)”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자유를 위해 연인과 싸워야 하는 흑인 여성 전사와 그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대중들

형사 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 즉 CAPE 프로그램에 참가한 서워는, 전례 없는 성공을 거둔 끝에 완전 사면까지 단 세 번의 경기 만을 남기고 있는 상황이다. 같은 팀 ‘체인’ 소속이자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는 또 다른 선수 스택스는 그의 연인이다. 두 사람은 CAPE가 낳은 가장 유명한 커플로 전 세계 팬층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서워는 어느 날, 자신이 마지막 경기에서 겨뤄야 할 상대가 바로 스택스라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작중 전 세계가 가장 보고 싶어 하던 매치업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서워는 이 사실을 스택스에게 전해야 할지, 사랑하는 이를 죽여야 할지, 혹은 자신이 죽어야 할지를 고민하지만, 그 사이에도 다음 경기는 코앞으로 다가오고, 대중의 열광은 날로 거세진다. 한편, CAPE 프로그램의 존폐를 둘러싸고 인권 단체의 시위가 격화되면서, 서워의 운명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고문을 완성하기 위해 주최자들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파괴하라고 요구할 예정이었다. 그녀를 지구에 붙들어 둔 사람을. 서워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그녀를 움직이게 두었다. 그들의 희망이 혈관으로 스며들게 두었다. ‘범죄자를 처벌함으로써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가?’ ‘인간의 존엄도 거래할 수 있는가?’

작가는 “이곳의 재소자들과 모든 감금되어 있거나 감금된 적 있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보낸다. 여러분의 목소리는 매우 중요했다”고 말한다. 현재 미국은 의료뿐만 아니라 교정 시설 역시 민영화돼 수감자가 많을수록 더 많은 이윤이 발생하는 구조를 띠고 있다.

이에 따라 감옥 내 비위생적 환경, 인권 침해, 수감자 간 폭력은 구조적으로 방치되고 있으며, 여성과 성소수자, 흑인을 포함한 소수자들에게 더 가혹하게 적용되는 사법 체계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수자들은 악조건에 더욱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처지다. 작가는 이러한 현실을 기반으 로, 작품 곳곳에 실제 수감자들의 일화, 통계, 법 제도의 맹점을 주석 형식으로 병치하며 독자의 판단을 요청한다. 하지만 동시에, 데스 매치에 참가하는 인물들이 모두 살인, 강간 등 극단적 범죄자임을 명시 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여전히 인간으로서 사랑받고 존중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 묻는다.

작가는 “2018년 흑인 남성 10만명 중 2272명이 연방 또는 주 교도소에 수용돼 있다. 백인 남성 10만 명 중수용자가 단 392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흑인 여성 10만명 중 88명이 연방 또는 주 교도소에 수용되어 있다. 백인 여성 10만명 중 수용자가 49명인 것과 대조된다”고 말한다.
이영재 기자
youngjae@kukinews.com
이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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