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에 대해 선을 긋는 동시에, 외연 확장을 위한 메시지 차별화에 나선 모양새다. 대선 후보 김문수와 비대위원장 지명자 김용태가 각기 다른 톤으로 입장을 내며 전략적 분담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는 13일 대구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본인의 뜻”이라며 당 차원의 강제 조치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자신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는 면책될 수 없고, 그것이 도리도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전날 12·3 계엄 사태에 대해서는 유감을 표하며 “고통을 겪은 국민들께 죄송스럽다”고 사과했지만, 탄핵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반면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는 계엄과 탄핵,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 등에 있어 보다 직접적인 언급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요구 등에 대해서는 “우리가 국민의 상식을 되찾아가는 데 입장을 조율하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좀 주시면, 금명간에 후보께서 입장을 말씀하실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거듭 밝혔다.
이처럼 김 후보와 김 지명자의 메시지가 상이하게 전개되는 배경에는 단순한 내부 이견보다는 전략적 역할 분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결집해야 할 김 후보와, 쇄신 이미지를 앞세워 외연 확장을 꾀해야 하는 김 지명자가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 지명자는 단일화 논란에 책임을 지고 사퇴한 권영세 전 위원장의 후임으로 김 후보가 직접 지명했다. 이에 따라 양측의 미묘한 메시지 간극 역시 사전에 조율된 전략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청년 비대위원장이 쇄신 차원에서 여러 제안을 던지고, 김 후보가 이를 고심 끝에 수용하는 흐름을 연출한다면 가장 이상적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당내 일각에선 김 지명자의 역할에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성국 의원은 BBS 라디오에서 “참신한 이미지는 있지만, 지명직·임시직이고 당무 우선권은 후보에게 있는 만큼 역할에 제약이 있다”며 “계엄·탄핵 관련 메시지를 김 지명자를 통해 간접 전달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는 15일 예정된 전국위원회에서 김 지명자가 공식 임명되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정리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보다 명확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 역시 오는 18일 이재명·이준석 후보와의 첫 TV 토론회를 앞두고 메시지 방향을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