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바이오 R&D 투자, 빅파마 6분의 1 불과…“내년 예산 늘려야”

정부 바이오 R&D 투자, 빅파마 6분의 1 불과…“내년 예산 늘려야”

기사승인 2025-05-23 06:00:07
쿠키뉴스 자료사진

국내 바이오 기업 10곳 중 7곳 이상은 자금난으로 인해 연구개발(R&D) 일정에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바이오 산업이 미래를 바꿀 게임체인저로 부상하면서 해외 주요국들은 바이오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추세지만, 한국 정부의 지원 예산 규모는 저조한 실정이다. 정부의 투자를 늘려 국가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바이오협회 설문조사 결과 기업 중 74%가 현재 자금 사정이 원활하지 않으며, 76%는 자금난으로 R&D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고 답했다. 해당 조사는 국내 바이오 기업 136개사 최고경영자 및 임원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설문에 따르면 앞으로 자금 사정이 언제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는지에 대해 응답자의 58%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기업 중 38%는 자금난 때문에 경영권 매각을 검토한 적이 있으며, 매수자가 제안하면 지금도 매각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47.8%로 절반 수준이었다. 

외부 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업계 회복과 정부 지원에 기대를 걸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고 협회는 전했다. 이에 협회는 차기 정부가 업계를 살리기 위해 취해야 할 조치로 R&D 예산 확대를 10대 과제 안에 포함했다.

현재 한국 정부의 R&D 지원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2023년 신약 개발 R&D 투자 포트폴리오 분석’ 통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 2805억원이던 지원금을 2023년 5985억원으로 늘렸다. 연평균 8.8% 투자 금액을 올려 총 4조2116억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사의 R&D 투자비용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준이다. 글로벌 미디어 피어스바이오텍(FierceBiotech)에 따르면 미국 머크는 지난해에만 R&D 비용으로 179억달러(한화 약 25조5500억원)를 썼다. 한국 정부의 10년간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6배 이상 이뤄졌다. 이밖에도 미국 존슨앤드존슨이 172억달러(약 24조5700억원), 스위스 로슈는 130억4000달러(약 17조8906억원)를 한 해 R&D 비용으로 사용했다. 

특히 미국 트럼프 정부의 의약품 관세 부과 발표가 임박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응책 모색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의약품이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도 유탄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관세청 통계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의 최대 의약품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액은 15억 달러(약 2조2000억원)에 달한다. 

R&D 비용은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성장 동력이 되는 만큼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지난 19일 정부 제약바이오기업에 대한 R&D 지원 예산을 최소 30% 이상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정부도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스퀘어 국가바이오위원회 회의실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바이오 R&D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 규모가 부족하며, 바이오 클러스터 협업·연계체계가 미흡하다고 짚었다. 바이오는 기술·자본 집약적 산업으로, 고위험·장기투자가 필요하지만 합성생물학 등 주요 바이오 기술은 선진국 대비 70~8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바이오 R&D 예산 지원의 양적 확대에도 불구하고 부처별 분절적 정책을 추진하면서 핵심 성과 창출에 한계를 드러냈다고도 진단했다.

국가바이오위는 이날 회의에서 바이오 R&D 10대 중점 분야를 선정하고, 내년 정부 R&D 예산 편성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을 관계 부처에 송부했다. 국가바이오위가 예산을 집중적으로 지원할 10대 중점 분야는 △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 바이오헬스 데이터 구축 연계·활용 △ 방사성의약품 △ 첨단뇌과학 △ 첨단의약품 및 의료기기 제조 혁신 △ 그린바이오 소부장 △ 합성생물학 △ 미래 식량자원 △ 감염병 치료제 △ 탄소저감형 바이오 소재 및 에너지 등이다.

국가바이오위 관계자는 쿠키뉴스에 “10대 중점 분야별 R&D 추진을 확대해야 한다는 내용의 제안서를 지난 21일 관계 부처에 송부했다”면서 “구체적으로 2026년 정부 예산 지원을 얼마나 늘려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은 담기지 않은 것으로 알지만, 예산 편성에 참고할 수 있도록 추진 방안을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가바이오위는 대통령령에 근거한 상시조직으로, 새 정부에서도 존속하며 운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김은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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