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AI 신약 개발’ 정책 가속…현장에선 ‘기술 넘어 생태계’ 촉구

정부 ‘AI 신약 개발’ 정책 가속…현장에선 ‘기술 넘어 생태계’ 촉구

기사승인 2025-05-25 06:00:04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기반에 둔 신약 개발 플랫폼을 발굴하기 위해 힘을 싣는 가운데 업계에서 연구 과제 확대에 앞서 연속적 투자와 데이터 생태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정부가 인공지능(AI)을 기반에 둔 신약 개발 플랫폼을 발굴하기 위해 힘을 싣는 가운데 업계에서 연구 과제 확대에 앞서 연속적 투자와 데이터 생태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AI 신약 개발을 비롯한 바이오 연구개발(R&D) 10대 중점 분야를 확정하고, 전략적 R&D 추진 방향을 살피고 있다. 대통령 직속 국가바이오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중구 위원회 회의실에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회의를 갖고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 위원회는 분야별 신규 R&D 기획을 위해 관계 부처 협의체를 구성하고 협업 체계를 고도화할 방침이다. 

정부의 대표적 AI 신약 개발 지원사업인 ‘연합학습 기반 신약 개발 가속화 프로젝트’(K-멜로디)도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추진한 이 사업은 AI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민간과 공공의 데이터를 연계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이다. 현재 플랫폼 개발, 데이터 공급 및 활용, AI 모델 개발 등 세부과제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AI를 접목한 개발은 신약 후보물질을 빠르게 탐색하고, 부작용을 예측하는 등 임상 성공률을 높임으로써 기존 개발의 비효율성을 보완하는 혁신 기술로 주목받는다. 10~15년간 수천억원이 소요되는 전통적 개발 과정에 비해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이점을 갖는다. 정부의 AI 신약 개발 지원은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본격화됐다. 백신·치료제의 신속한 개발이 절실해지면서 AI 기술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23년에 미래성장 분야로 꼽혀 지원이 늘었다. 

하지만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정부의 움직임을 바라보는 현장에선 여전히 복합적 난관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신약개발 플랫폼 연구원 A씨는 “정부 예산이 배정되더라도 교부 시기가 지연돼 연구 현장에서 필요한 장비나 인력 확보에 차질이 생긴다”며 “최근 민간 투자까지 위축되면서 현장의 연구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산능력이 높은 GPU 서버나 특수 소프트웨어 등 고가 장비가 필수지만, 확보 여력이 부족해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 인력 부족과 데이터 규제 문제도 걸림돌로 거론된다. 제약사 소속 AI 연구원 B씨는 “AI 신약 개발에 특화된 교육 과정이 없다 보니 전문 인력을 구하기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AI 기반 연구는 대규모로 정제된 데이터가 핵심인데 병원이나 공공기관의 데이터 접근이 각종 규제에 막혀 있다”며 “K-멜로디 과제로 여러 기관과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데이터 공유에 법적·행정적 장벽이 많아 진척이 더디다”라고 덧붙였다. 

AI 신약 개발 플랫폼 기업 관계자 C씨는 “정권과 상관없이 기술 개발의 연속성이 유지돼야 한다”며 “정부가 단순한 지원자 역할을 넘어, 기술이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테스트베드 제공, 컨설팅, 규제 정비 등을 뒷받침하는 연결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C씨는 “가이드라인 표준화와 규제 유연성이 이뤄져야 민간이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기술을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발표한 정책보고서에서 △협력형 AI 신약 개발 가속화 사업 △인력 양성 산학협력 교육 등을 차기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제안한 상태다. 협회 관계자는 “신약 개발은 대개 투자 대비 성공률이 매우 낮지만, AI를 개발 전 주기에 활용하면 비용과 시간을 모두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장은 데이터, 전문 인력, 컴퓨팅 자원 등 관련 인프라가 부족한 실정이라서 정책 제안을 하게 됐다”고 했다. 관계자는 또 “민감한 바이오 데이터를 안전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공유가 없어도 모델 학습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산업계의 데이터 활용 제약을 해소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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