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통령 첫 시험대는 외교…이재명·김문수 외교·통상 공약 살펴봤더니 [21대 대선]

새 대통령 첫 시험대는 외교…이재명·김문수 외교·통상 공약 살펴봤더니 [21대 대선]

기사승인 2025-05-31 06:00:07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왼쪽)와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한지영 디자이너

“이번에 당선되는 대통령은 당장 미국과의 관세 협상에 나서야 하잖아요. 올해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도 잘 준비해야 하고요. ‘제2의 잼버리 사태’가 또 일어나면 안 되죠”


국제통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이모씨(24·여)는 이번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외교·통상 공약을 주요 판단 기준 중 하나로 꼽았다. 신임 대통령이 임기 초반부터 다자 외교 무대에 전면으로 나서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차기 대통령은 취임 한 달도 채 지나기 전에 굵진한 정상 외교 일정에 직면하게 될 전망이다. 당장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다음달 15일 개최되는 G7 정상회의에 한국을 참관국(옵서버)으로 초청할 뜻을 밝혔다. 이어 6월 24일 개최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도 한국의 참석이 유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시한 협상 시한인 7월8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하반기에는 한국이 주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비롯해 유엔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G20 정상회의 등 다자 외교 일정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비상계엄 이후 사실상 공백 상태였던 정상 외교를 복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는 만큼, 새 대통령의 외교 역량과 국제적 리더십이 본격적으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31일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공식 제출한 ‘10대 정책 공약’에 따르면 민주당은 네 번째로, 국민의힘은 열 번째로 ‘외교·통상·안보’ 공약을 꼽았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는 ‘국익 중심의 실용 외교’를 핵심 기조로 내세웠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일본·중국·러시아 등 주변국과의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 경제 외교를 실현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그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했던 신남방(동남아시아)·신북방(중앙아시아·러시아) 정책을 계승해, 권역별 협력을 강화하고 외교의 다변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그는 다변화의 일환으로 글로벌사우스(남미·아프리카·오세아니아 등 비서구권 제3세계) 국가들과의 협력 강화를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글로벌사우스는 최근 보호무역주의 확산, 특히 미국의 고관세 정책에 대한 반작용으로 주목받는 새로운 경제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이다. 이 같은 다변화 전략은 특정 강대국에 치우치지 않는 균형 잡힌 외교를 지향함으로써, 미국·일본 중심의 윤석열 정부 외교와 차별화를 꾀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 후보의 공약집에는 통상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그는 토론회에서 “세계 각국의 자국 중심 보호무역주의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더욱 극단화되었다”면서도 “지금 당장 미국과 관세 문제에 대해 협상을 시작할 필요는 있지만, 우리가 먼저 서둘러 조기 타결을 추진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이 미국의 일방적 관세 요구에 즉각 응하지 않고 버티다 일정 부분 타협을 이끌어낸 사례를 염두에 둔 발언이라는 풀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외교 정책의 중심축을 ‘미국과의 관계 강화’에 두고 있다. 그는 당선 즉시 한미 정상회담을 조기에 추진해 통상 현안을 신속히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6월 중 미국을 직접 방문해 포괄적 협상을 통한 공감대 형성 후 7월 중 협상을 타결하겠다는 타임 라인도 세웠다. 김 후보가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강조했던 만큼, 미국 발 관세 전쟁 대응에 집중해 통상 환경을 안정시키려는 의도다.

김 후보는 일본과는 트럼프 2기 대미 공조를 위한 한일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중국과는 호혜적 상호 경제 협력 방안 모색을 약속했다. 또 올 하반기 한국이 주최하는 APEC 정상회의를 다자 외교의 교두보로 삼아 이를 경제안보 외교의 확장 기회로 적극 활용하겠다는 비전도 제시했다. 이러한 구상은 윤석열 정권의 외교 전략을 계승하면서도, 경제·안보 포괄형 다자외교로 진화한 ‘외교 2.0’으로 평가된다. 

두 후보는 대북정책을 두고도 비슷한 ‘실용’ 대 ‘한미 동맹 강화’ 기조를 보였다. 이재명 후보는 한반도 긴장 완화와 단계적 비핵화 진전을 통해 실질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그는 남북 간 군사적 충돌 위험을 줄이고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우선 과제로 삼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를 추진해 안보 주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확고한 북핵 억제력 확보를 통한 국가안보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미국과의 전략적 신뢰를 바탕으로 핵 억지력을 실질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미국의 전략자산을 상시 주둔하는 수준으로 핵 억지력을 강화하고, 한미 방위조약에 ‘핵 공격 방어 조항’을 포함시켜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나아가 전방위 안보체계 강화 전략으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 및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확보하고, 일본과 유사한 수준의 핵 기술 역량을 갖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핵 추진 잠수함 개발 추진과 사이버전 대응을 위한 화이트 해커 1만 명 양성도 함께 공약으로 내걸었다. 

권혜진 기자
hj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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