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도 뛰어든 스테이블코인…커지는 ‘코인런’ 우려

은행도 뛰어든 스테이블코인…커지는 ‘코인런’ 우려

기사승인 2025-06-27 06:00:07
게티이미지뱅크.

이재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허용할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면서, 금융사들이 앞다퉈 상표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은행권은 물론 핀테크 업계까지 뛰어들면서 시장 주도권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다만 제도화 속도에 비해 리스크 관리나 감독체계가 미흡하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법정화폐와 연동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이다. 예컨대 가장 많이 거래되는 스테이블코인 ‘테더’는 1테더당 1달러의 가치를 갖는다. 발행량에 비례해 국채 등 환금성이 높은 자산을 준비금으로 보유해 안정성을 확보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확보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KBKRW, KRWKB 등 17개 상표를 2개 상품분류로 나눠 총 32건 상표권을 지난 23일 출원했다. 이 상표들은 스테이블코인 전자이체업, 금융거래업 등으로 분류됐다. 시중은행이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권을 낸 것은 처음이다. 하나은행도 HanaKRW, KRWHana 등 총 48건의 상표를 지난 25일 출원 신청했다. KB국민·신한·우리·농협·IBK기업·수협·iM뱅크·케이뱅크 등 8개 은행은 합작법인을 통해 스테이블코인을 공동 발행하는 사업 모델도 구상 중이다. 

핀테크 업계 역시 분주하다. 카카오페이는 18건의 상표권을 확보했다. 게임 업체 넥써쓰, NHN의 핀테크 부문 자회사인 KCP, 미래에셋증권의 계열사 미래에셋컨설팅도 상표 출원에 뛰어들었다. 빗썸은 최대 300억 원 규모의 스테이블코인 공모전을 통해 생태계 조성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이 스테이블코인에 눈독을 들이는 배경에는 지급결제 수단으로의 확장 가능성이 있다. 특히 해외송금이나 실생활 결제 등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활용될 경우, 기존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은행권 움직임을 자극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실거래에 활용되기 시작하면 기존 예금 기반을 흔들 수 있다는 경계심이 있다”며 “제도 설계가 본격화 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 관련 입법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앞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기자본 5억원 이상을 갖추면 전통 금융사가 아닌 핀테크나 일반 기업도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도록 한 ‘디지털자산기본법’을 발의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와 별도로 다음 달 자기자본 요건을 10억원으로 강화한 ‘디지털자산혁신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그래픽=한지영 디자이너

다만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한국은행은 지난 25일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대규모 인출 사태(뱅크런)와 비슷한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법정화폐와 1:1로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대량 상환 요구 시 국채 등 준비자산을 급히 매각해야 하는 구조인 만큼,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고경철 한은 전자금융팀장은 “민간업체가 코인을 발행하면 예금이나 국채 운용과정에서 금융시장 충격에 따라 코인런이 발생할 수 있다”며 “코인런 발생 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외환시장에도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한은은 △결제·운영 리스크 △외환 리스크 △통화정책 제약 등을 주요 위험 요소로 지목했다. 특히 외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비기축통화국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될 경우, 환율 변동성과 자본 유출입 확대 등 외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일반화되면 통화 신뢰도 저하, 은행의 신용창출기능 약화 등으로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제약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BIS 역시 스테이블코인 거래가 활발해지면 신흥국의 통화 주권은 약화하고, 미국 국채 등 금융시장의 혼란 위험이 커질 것으로 봤다. 오는 29일 발간 예정인 연례보고서 초안에는 “자국 통화 신뢰도가 낮은 신흥국에서 달러 연동형 스테이블코인의 사용이 급증하면 자국 통화의 주권이 훼손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업계 일각에선 자본금 요건 완화에 따른 우려도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하려면 자금세탁방지(AML), 고객확인(KYC) 등 최소한의 인프라가 필요한데, 5억~10억원 수준의 자본금으로는 이를 갖추기 어렵다는 것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자본금 요건이 지나치게 낮아지면 신뢰도 낮은 사업자들이 난립해 제도 전체의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추천해요
    0
  • 슬퍼요
    슬퍼요
    0
  • 화나요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