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이 무너뜨린 보수…尹 절연 실패 [국민의힘 성적표]

12.3 비상계엄이 무너뜨린 보수…尹 절연 실패 [국민의힘 성적표]

‘尹 탈당·탄핵 당론 무효화’로 내부 갈등 계속…‘원팀’ 실패
尹, 영화 관람·투표 등 공개적 행보…김문수 지지 호소
전문가들 “중도확장에 악재…대선보다 당권 우선한 결과”

기사승인 2025-06-04 08:00:04
그래픽=윤기만 디자이너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낙선 원인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실패’가 지목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불러온 조기 대선에서 윤 전 대통령을 끊어내지 못해 중도확장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윤 전 대통령은 불리한 대선국면에서도 부정선거 관련 영화를 관람하는 등 여론에 악재를 불러왔다.

김 후보는 4일 41.15%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49.42%)에 밀려 8.27%p 차이로 낙선했다. 

이번 조기 대선은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김 후보는 윤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에도 절연하지 못해 강성·중도 지지층 화합에 실패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선거 막판 윤 전 대통령과 거리두기에 돌입했으나 당내 갈등만 드러내고, 범보수 단일화도 불발됐다.

‘尹 탈당’부터 ‘탄핵 당론 무효화’까지…당 내부 잡음 지속돼

김 후보와 국민의힘은 당 내부에서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요구가 커지자 “윤 전 대통령의 탈당 여부는 본인이 판단할 문제”라고 유보적 입장을 보여왔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첫 대선 후보 TV 토론회를 하루 앞두고 탈당을 선언하며 “비록 당을 떠나지만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백의 종군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상계엄이나 탄핵에 대한 사과의 메시지는 전혀 담기지 않았다. 오히려 국민의힘은 탈당 전까지도 강제 출당 조치 등 명확한 입장을 내지 못하면서 ‘뒷북 탈당’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대선 전날까지도 윤 전 대통령의 ‘탄핵 당론 무효화’를 두고 내홍이 이어졌다.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의 당무개입 금지를 명문화하는 당헌 개정에 이어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 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친윤(친윤석열)계인 윤상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이 당의 뿌리와 정체성”이라고 반발했다. 반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우리 당의 정체성은 불법계엄 옹호가 아니라 불법계엄 저지”라고 비판하면서 6·3 대선 이후 차기 당권을 둘러싼 신경전으로 격화됐다.

尹 공개적 행보 지속…전문가 “중도층 표심 확장에 악재”
 
윤 전 대통령이 선거 기간 동안 공개적인 행보에 나선 것 또한 중도 표심 확장에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지난달 21일 부정선거 의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를 관람하며 논란이 된 바 있다. 선거 3일 전에는 전광훈 목사가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 후보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에 대선 후보들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이재명 후보는 막판 선거 유세에서 “윤석열의 아바타, 전광훈의 꼭두각시 김문수가 선택을 받게 된다면 내란 수괴 윤석열이 상왕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 또한 김 후보에게 던지는 표는 윤석열·전광훈·황교안을 면책하고 살찌우는 표”라며 보수표 결집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본투표일인 지난 3일에도 김건희 여사와 함께 오전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투표소를 찾아 공개 행보를 보였다. 투표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웃음을 보이면서도 여전히 계엄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전문가들은 국민의힘이 끝내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이번 대선 패배의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지난 정권의 집권당으로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내란 혐의를 다투는 상황임에도 일찍부터 국가적 책임을 지지 못했다”며 “결국 대선 이후 견제 세력으로서의 역할도 한동안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번 선거의 핵심 원인을 제공한 윤 전 대통령이 정치적 행보를 보인 것은 중도층 확장에 악재였을 것”이라며 “이재명 후보 당선의 일등공신이자 선대 위원장은 윤 전 대통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추후 있을 전당대회를 고려해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지 못한 것”이라며 “결국 대선보다는 당권 등 정치적인 이익을 우선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양다경 기자
ydk@kukinews.com
양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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