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제21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글로벌 기후위기 및 탄소중립 흐름에 부합하는 에너지 정책에 관심이 모인다. 특히 이 대통령이 경선 과정에서 강조한 기후에너지부 신설, 에너지고속도로 구축 등 공약의 현실화 여부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가속화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의 정책공약에 따라 그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기후에너지부 신설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정책 및 기후대응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신규 부서를 창설한 후 여타 세부 계획을 수립해 나가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부터 강조해 온 기후에너지부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에너지 정책 부문과, 환경부의 기후위기 대응 부문을 각각 떼어 한곳에 모으는 방식이 골자다. 환경은 규제 중심, 에너지는 산업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하다보니 상충한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설명이다.
다만 선결과제에 속함에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추진 방향은 부재한 상황이다. 특히 산업부에서 에너지 부문을 떼어냈을 때 산업부문과의 괴리로 인해 전력 공급의 안정성이 떨어지고 산업 측면에서의 경쟁력 저하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이 에너지 공약 중 강조했던 또 하나의 계획은 ‘에너지고속도로’ 및 ‘지능형 전력망’ 구축이다. 발전설비에서 전력을 생산하고도 송배전망 부족으로 버려지는 계통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이 대통령은 2030년까지 서해안, 2040년까지 한반도를 U자형으로 둘러싼 초고압직류송전(HVDC) 에너지고속도로를 만드는 한편, 분산형 재생에너지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운영하는 지능형 전력망(에너지저장장치 등)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관건은 재원 마련이다. 이 대통령의 에너지고속도로가 완공되기 위해선 서해안만 40조원, 남해와 동해를 포함하면 100조원가량의 재원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으며, 이러한 추정치는 글로벌 전력 기자재 수요 증가로 향후 더 늘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전력당국인 한국전력은 200조원이 넘는 누적 부채를 안고 있어 재원 마련 방안에 따라 실효성 여부가 결정될 전망이다. 전력망 확충 사업의 장기 지연 요소로 꼽히는 주민수용성 확보 관련 정부 대책도 동반돼야 한다.
법무법인 율촌은 ‘이재명 대통령의 정책 및 기업 영향 분석’ 보고서를 통해 “2023년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을 통해 호남권에서 발생한 유휴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는 HVDC 건설계획(총 길이 430km)이 이미 반영됐는데 준공목표가 2032년 이후로, 이 대통령의 임기를 고려했을 때 당장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율촌은 또 지능형 전력망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제시한 에너지고속도로가 중앙집중형 전력시스템을 공고히 하는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분산형 에너지 체계와 서로 상충되므로, 동시에 진행할 경우 에너지고속도로는 수도권이 아닌 RE100 산업단지를 지방의 에너지 생산 거점과 연결해야 당초 취지에 적합한 정책이 될 것”이라며 “다만 이 역시 수도권 인프라를 포기하고 지방으로 이전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수도권과 유사한 수준의 인프라가 형성되기 전까지 기업이 움직일 가능성은 미지수”라고 말했다.

‘재생에너지+원전’ 에너지 믹스, 융화 실현 가능성은
이 대통령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친환경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목표로 태양광·풍력 보급을 더욱 확대할 전망이다. 이를 위한 주요 정책 수단으로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쇄 △햇빛연금(태양광), 바람연금(풍력) 등 주민 이익공유형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발굴 △전국 100개 이상 RE100 산업단지 조성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원자력발전에 대해서도 급진적 ‘탈원전’이 아닌 원전을 적절히 활용하는 ‘에너지 믹스’를 강조해 왔다. 재생에너지 대전환이라는 기조는 유지하되, 기존 제5차 에너지기술개발계획(안)과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신규 원전 및 SMR(소형모듈원자로) 건설 계획은 그대로 두면서 AI 데이터센터발(發) 급격한 전력수요 증가에 대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의 공약 자체에 원전이 언급되지 않았고 TV토론 등을 통해 원전을 경계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감원전’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TV토론을 통해 이 대통령은 여러 차례 “원전은 기본적으로 위험하고 지속성에 문제가 있다”며 “원전을 활용하되 너무 과하지 않아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무게 중심은 재생에너지에 둘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태양광·풍력 관련 정책에 대한 세부 조정도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법무법인 광장은 ‘새 정부의 주요 입법 및 정책과제와 기업의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석탄화력발전 폐쇄의 경우 발전 공기업이 소유한 석탄발전소들은 정부의 행정지도에 따라 폐쇄가 이뤄질 수 있겠으나, 신규 진입한 민간 석탄발전소 등은 암모니아 전소(全燒) 전환 및 조기 폐쇄에 따른 손실보상 방안에 대해 정부와 협의를 추진하고 미리 대응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법무법인 율촌은 햇빛·바람연금 등 이익공유제와 관련해 “외형은 재생에너지 수익금을 주민들과 공유하는 형태지만, 실질적으로 대부분의 재원은 추가 전기요금 또는 한전에 대한 정부의 출자로 부담하는 구조로, 정부가 인위적으로 인상한 전기요금의 추가분을 주민들이 수취하는 방식이라는 한계가 있다”면서 “해당 모델은 군 조례를 통해 강제 시행되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한계도 지니며, 초기 발전사업자들의 반발에 따라 감사원 감사까지 이어진 바 있다”고 말했다.
율촌은 이어 “정부가 사업 지분을 취득해 배당을 받는 덴마크 사례나 발전사업의 영업이익 또는 매출 일부를 가져가는 제주도의 사례를 참고해 사업자의 초과이윤 회수 및 전국 단위의 이익 모델 확대 방안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