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으로 중동 정세가 일촉즉발의 위기로 치닫자, 국내 금융당국과 주요 금융지주들이 긴급 대응에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2일 임종룡 회장 주재로 ‘중동 상황 관련 긴급 점검 회의’를 개최했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과거 사례를 볼 때 원·달러 환율 상승, 주가지수 하락 등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며 차분하고 기민한 대응을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서 제시된 그룹 차원의 대응 방향은 △시장 상황 실시간 모니터링 △그룹 유동성·자산 건전성·자본비율 수시 점검 △정부 대응책 협조 △수출입 기업 대상 긴급 자금 지원 △IT 안정성과 정보보안 재점검 등이다.
우리은행도 정진완 은행장 주재로 이날 오전 8시 30분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전날 임 회장 주재로 열린 그룹 회의 내용이 내부적으로 공유된 것으로 보인다”며 “시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예의주시하라는 취지로 마련된 회의”라고 설명했다.
KB금융그룹과 국민은행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자본시장 변화에 따른 손익을 점검하고 있다.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지주를 포함한 계열사 주요 임원이 참여하는 비상 대응 체계를 상시 운영한다. 리스크 요인을 사전에 식별하고,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등 선제적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내부 의사결정 체계도 고도화한다.
신한금융그룹도 리스크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외환·자금시장 유동성 리스크를 점검하고 대응 체계를 본격 가동했다. 그룹과 자회사별 리서치 조직은 거시경제 분석을 바탕으로 경기 진단을 강화하고 있다. 실물경제 회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도 검토에 착수했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시장 상황에 대한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며 “리스크 대응 부서는 유사 시 항상 시장 변동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이번 사안과 관련해서도 관련 내용을 전날 내부적으로 공유했다”고 밝혔다.
하나금융그룹도 위기상황에 대비한 비상조달·공급계획 점검 등을 통해 대응 중이다. 조달금리와 자산 증감 등 주요 지표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관계사별로 자본 적정성을 점검하며 유동성 확보와 실물경제 지원을 위한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 확대와 금융·실물경제 위기에 대응하기 다양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며 “중동 분쟁 격화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에 대해서는 필요하다고 판단될 시 추가 유동성 확보 및 실물 경제 지원 등 기 수립한 시나리오에 따라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미국은 21일(현지시간) 이란의 핵시설 3곳 공격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공습 계획도, 정권 교체 계획도 없다”면서도 “핵개발을 중단하지 않으면 다시 공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이란 의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의결했다. 아직 최고국가안보회의의 최종 결정이 남았지만, 봉쇄가 현실화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이상으로 치솟으면서 전 세계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동 위기가 고조되자 코스피 3000선도 무너졌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98% 하락한 2992.2로 출발했다. 지난 20일 3년 6개월 만에 돌파했던 3000선이 중동 위기 확대로 무너진 이후 코스피는 2990대에서 등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