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티몬의 회생계획안이 강제 인가되며, 여행업계에 대한 후폭풍도 현실화되고 있다. 정산금을 받지 못한 데 이어, 소비자 환불 책임까지 떠안는 구조 속에서 이중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로 여행업계가 또다시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오아시스는 약 116억원에 티몬을 인수할 예정이지만, 실제 회생채권 변제에 투입되는 금액은 약 101억원에 그친다. 전체 채권 총액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만큼 변제율은 0.76% 수준이다. 대부분의 채권은 출자 전환 후 무상 소각될 예정이다.
티몬 피해자 가운데는 수십만원에서 수백만원에 이르는 여행·숙박 상품을 결제하고도 환불을 받지 못한 고액 소비자가 다수 포함돼 있다. 여행 일정이 임박했음에도 아무런 안내 없이 일방적으로 취소되거나 환불이 지연된 사례가 속출하면서, 소비자들은 계약 당사자인 여행사와 결제대행사(PG사)를 상대로 책임을 묻고 있다. 일부는 한국소비자원의 지원을 받아 집단소송에 나섰다.
소비자원은 피해자들을 여행사별로 다섯 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각 그룹에 전담 변호사를 배정해 소송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하나투어, 한진관광, NHN여행박사 등에서 환불받지 못한 800여 명이 포함된 4번 그룹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에 여행사들을 상대로 약 14억7000만 원 규모의 부당이득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소송이 제기된 것을 확인했고, 이에 따라 대응 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이미 실적이 좋지 않았던 여행업계는 이번 사태로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업계에서는 “제2의 코로나 사태와 다름없다”는 탄식까지 나온다
노랑풍선의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314억원으로 전년 동기 18.1%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91.1% 줄어든 3억5530만원, 순손실은 1억1322만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적자 전환했다. 하나투어는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1684억원, 영업이익은 12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 43% 줄었다. 순이익 역시 41% 감소한 144억원에 그쳤다.
모두투어는 주요 3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모두투어는 전년 동기 대비 37.6% 증가한 79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매출은 17.3% 감소했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티메프 사태에 이어 12·3 계엄 해프닝, 항공기 사고, 탄핵 정국 등 연이은 악재로 인해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기대했던 여행 수요가 다시 정체 상태로 돌아갔다”며 “이번에는 정산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소비자 환불을 먼저 처리하고, 소송까지 대응해야 하다 보니 여행사 입장에서는 현실적인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국내 여행사 관계자도 “국내 여행업계는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큰 고비를 넘기고 간신히 회복의 실마리를 찾고 있던 상황”이라며 “그러나 회복되기도 전에 외부 변수가 잇따르면서 다시 불황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고객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티몬 사태의 또 다른 피해자인) 여행사들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 만큼, 당분간 실적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