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고강도 가계대출 규제로 인해 가파르게 성장하던 인터넷전문은행의 확장세에 급제동이 걸렸다. 가계대출 의존도가 절대적인 인터넷은행들은 하반기 대출 공급 전략을 재검토하며, 개인사업자 대출과 비이자 수익 확대 등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뱅크·K뱅크·토스뱅크)는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총량 규제 시행에 따라 하반기 경영 전략 재검토에 나섰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통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고, 신용대출 역시 연 소득 100% 이내로 제한했다. 은행별 연간 가계대출 총량 목표도 연초 대비 50% 수준으로 축소됐다.
이번 조치는 전체 대출의 90% 이상을 가계대출에 의존하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3월 말 기준 세 은행의 가계대출 비중은 평균 93.4%에 달한다. 특히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는 주담대 중심의 외형 확장 전략을 펼쳐왔던 만큼 이자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업력이 짧고 오프라인 영업망이 없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대출 접수가 중단되면 영업 차질로 직결된다. 예금은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 공급이 막히면 자산 운용에 어려움이 생기고 수익성도 저하될 수밖에 없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성장 속도가 빨랐던 인터넷은행에게 이번 조치는 구조적 제약이 될 수밖에 없다”며 “대출 포트폴리오가 가계에 치우친 구조에서는 성장이 막힐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금리 인하 기조 속에서 NIM이 축소되는 가운데, 여신 성장 또한 제한되면서 이자이익 창출력이 저하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대출 포트폴리오 다변화와 비이자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하반기 중 개인사업자 대상 비대면 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개인사업자 담보대출은 사업자등록증을 보유한 개인사업자가 가진 부동산 담보 물건에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상품이다. 지난달부터는 1억원이었던 개인사업자 신용대출 한도를 최대 3억원까지 확대했다. 비이자수익 중심의 플랫폼 사업도 병행한다.
케이뱅크는 담보 기반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하고 있다. 시중은행의 대면 대출 중심으로 형성된 시장을 비대면으로 공략해 나간다는 목표다. 아직 주담대 상품을 취급하지 않는 토스뱅크는 수수료 기반 비이자 수익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다만 개인사업자 대출은 담보 확보가 어렵고 연체 위험이 높아, 건전성 관리가 주요 과제로 지목된다. 특히 인터넷은행에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유지 의무가 부여돼 고위험군 대출 확대에 따른 부담도 상존한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비이자 수익 기반 플랫폼 사업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으며, 실적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정책 변화에 맞춰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케이뱅크 관계자도 “개인사업자 대상 담보대출에 집중하며, 연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