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발 관세 부과 등 통상 불확실성이 하반기 국내 수출의 향방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변수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1일 한국경제인협회는 시장조사 전문 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진행한 ‘2025년 하반기 수출 전망 조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이번 조사는 철강, 반도체 등 10대 수출 주력 업종을 영위하는 매출액 1000대 대상(150개 사 응답)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하반기 국내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1.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자부품(1.3%), 바이오헬스(1.6%) 등 4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고, 철강(△5.0%), 선박(△2.5%) 등 6개 업종은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전망이다.
하반기 수출이 감소할 것이라 응답한 기업들은 그 요인으로 ‘관세 등 통상환경 불확실성 증가’(45.6%), ‘주요 수출시장 경기 부진’(26.6%) 등을 꼽았다. 반면, 수출 증가를 전망한 기업들은 ‘수출시장 다변화를 통한 판로개척’(28.2%), ‘신제품 개발 등 제품 경쟁력 강화’(25.0%) 등을 꼽았다.
수출기업의 과반(53.3%)은 하반기 최대 수출 리스크로 ‘트럼프 행정부 관세정책’(53.3%)을 꼽았다. 다음으로는 ‘글로벌 저성장에 따른 수요 침체’(14.0%), ‘미국·중국 통상 갈등 심화’(12.7%) 등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92.0%는 미국의 관세 인상률이 15%가 넘을 경우, 이를 감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경협은 지난 7일(美 현지시간) 미국이 발표한 25%의 상호관세(8월1일 발효 예정)가 그대로 적용되면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심화될 것으로 분석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관세율 인상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원가절감(33.7%) △수출단가 조정(33.2%) △해외 현지생산 확대(14.7%) 등을 꼽았고, 특별한 대응 방안이 없다는 응답도 14.2%로 나타났다.
수출 대기업의 절반가량(47.3%)은 올해 하반기 수출 채산성(수출로 기업이 버는 이익의 수준)이 지난해 하반기와 비슷(47.3%)할 것이라 응답했다. 수출 채산성이 악화될 것이라는 응답은 38.7%로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14.0%)보다 높게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자동차부품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화학 △철강 등 7개 업종에서 채산성 ‘악화’ 응답 비중이 ‘개선’보다 높게 조사됐다. 채산성이 개선될 것이라는 응답 비중이 높은 업종은 △반도체 △선박 등 2개 업종이다.
채산성 악화 원인으로는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44.8%), ‘수출 경쟁 심화로 인한 수출단가 인하’(34.5%), ‘인건비 등 운영비용 증가’(13.8%) 등으로 나타났다.
기업들은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통상협정을 통한 관세 부담 완화(37.0%) △법인세 감세·투자 공제 등 세제지원 확대(18.7%) △신규 수출시장 발굴 지원(12.6%)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관세정책과 글로벌 저성장으로 인한 수요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기업들의 비용 절감 중심의 단기 대응은 한계가 있다”면서 “국내 수출기업의 비교우위를 반영한 통상협정과 수출 지역 다변화, 수출 경쟁력 제고를 통한 제도적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