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선택이 뭐길래…갈라진 국민의힘, 또 집안싸움?

역선택이 뭐길래…갈라진 국민의힘, 또 집안싸움?

대선주자들, 역선택 방지 조항 놓고 신경전 가열
국민의힘, 30~31일 대선 경선 후보 접수

기사승인 2021-08-31 06:00:22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왼쪽)와 최재형 후보.   연합뉴스

[쿠키뉴스] 최은희 기자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하자마자 빨간 불을 만났다. 경선 룰을 둘러싼 신경전이 격화하면서다. ‘역선택 방지’ 여부가 최대 쟁점이다. 당 경선준비위원회를 두고 벌어진 내홍이 선거관리위원회 체제에서도 재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의힘 경선 선거관리위원회는 30일부터 이틀 동안 경선 후보 등록을 접수한다. 후보 등록에는 부친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대선 불출마와 의원직 사퇴 의사를 선언한 윤희숙 의원을 제외한 10여 명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후보 선출은 3단계로 진행한다. 1차 예비경선(컷오프)방식으로 국민여론조사를 100% 반영해 오는 15일 경선 후보를 8명으로 추린다. 오는 10월8일에는 국민여론조사 70%와 선거인단 투표 30%를 합산한다. 2차 예비경선을 통해 4명을 선출한다. 최종 후보는 오는 11월5일 국민여론조사 50%와 선거인단 투표 50% 방식으로 뽑는다.

주요 후보들 사이에서는 역선택 방지조항이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당내 경선에서 여론조사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역선택이란 여권 지지층이 국민의힘 경선에서 여권에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국민의힘 후보를 뽑는 경우를 말한다. 여권 후보와 본선에서 붙었을 때 약체라고 판단한 후보를 전략적으로 고른다는 의미다.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을 경우, 국민의힘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한 응답자는 경선 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 대선후보 선출에서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를 둘러싼 대선주자들의 신경전은 고조됐다. 자신의 유불리에 따라 찬반이 나뉘어 격돌하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지지층의 지지율이 일반 여론조사보다 높은 윤석열·최재형 후보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여론조작을 막기 위해 역선택 방지 조항을 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홍준표·유승민 후보는 해당 조항 도입에 반발했다.

이들의 찬반 여부는 지지층 차이에서 비롯된다. TBS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지난 27일부터 이틀간 성인 10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 30일 발표한 ‘범보수권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 결과(표본오차 95%에 신뢰수준 ± 3.1p,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윤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율은 52.2%,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은 4.2%다.

홍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18.3%, 민주당 지지층에서 26.4%의 지지를 받았다. 유 후보는 국민의힘 지지층에게 7.8%, 민주당 지지층에게 18.4%의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에서 많은 지지를 받은 주자들은 역선택 방지 조항을 거부하는 셈이다.

이에 최 후보 측은 역선택 방지조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고의적인 여론조사 왜곡으로 약체 후보가 선출되는 것을 막아야한다는 지적이다. 윤 후보 측도 마찬가지다. 역선택 방지조항 도입의 필요성과 관련해 선관위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면서도 우회적으로 찬성 의사를 내비쳤다.

유승민 후보(왼쪽)과 홍준표 후보.   연합뉴스

반면 홍 후보와 유 후보는 역선택 방지 조항 도입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홍 후보는 “각 후보마다 지난 1년 동안 확장성을 높이기 위해 당과 함께 호남동행 운동도 열심히 했다. 지금 와서 (민주당 지지층이 많은) 호남을 소외 시킬 수 있는 역선택 방지 조항은 크나큰 역풍을 불러 올수도 있다”며 “대통령 후보는 개방 경선으로 가야 대한민국 대통령을 뽑는 선거가 된다. 우리끼리 모여 골목대장을 뽑는 선거는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유 후보 측은 선관위가 경선준비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고 역선택 방지 재검토 의사를 밝힌 데 반발했다. 그는 중도 외연 확장을 이유로 역선택 방지조항의 도입을 반대해왔다. 윤 후보가 지난 5일 당시 취임 전인 정 위원장과 만났던 사실을 거론하기도 했다. 윤 후보가 선관위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 선관위원장에 선임된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공개 경고장을 날렸다. 윤 후보에게만 유리한 불공정 경선룰이라는 지적이다. 유 후보는 “이 중요한 때에 선관위가 판단력을 잃고 특정 후보에게 줄선다면 우리는 또 한번 정권을 내주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며 “(정 위원장이) 의심받고 싶지 않다면, 경선준비위원회가 결정하고 최고위원회가 추인한 경선 룰에 손대지 마시라”고 날을 세웠다.

상위권 주자들 간 격차가 감소하면서 경선룰을 둘러싼 후보 간 줄다리기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이준석 대표가 경선 관여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추가적인 갈등 전선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대표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대선 경선과 관련해 “저는 앞으로 계속 찬물을 끼얹어야 할 것”이라며 “당대표가 자기 정치 해야 한다. 다만 당에 이득 되는 방향이길 기대할 뿐”이라고 밝혔다. 

선관위는 대선 주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전문가 자문을 종합해 오는 5일까지 역선택 방지 도입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joy@kukinews.com
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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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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