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담원 게이밍 기아에게 2021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서머 스플릿은 정말 다사다난한 시즌이었다. 2021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직후 진행된 서머 1라운드 초반 부진한 경기력으로 불안함을 노출했지만, 2라운드 중반부터 기세를 끌어올렸다. 서머 스플릿 마지막 날인 지난달 15일 정규리그 1위를 확정 지은 담원 기아는 플레이오프 T1의 결승전에서 승리하며 3연속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했다.
선수단에게 이번 여름은 기억에 남을 시즌이었겠지만, 원거리 딜러 ‘고스트’ 장용준에게는 더욱 각별했을 터다. 그는 MSI부터 이어진 부진으로 서머 초반 2주가량 로스터에서 제외됐다. 복귀 후에도 다소 기복 있는 모습으로 우려를 낳았지만 시즌 막바지 안정성을 되찾고, 파괴력까지 장착하며 담원 기아의 우승에 일조했다. ‘울어도, 웃어도 본’ 장용준에게 이 정도 위기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시련이었다. 이제 그의 모든 관심은 2021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으로 쏠려 있다.
쿠키뉴스는 13일 서울 영등포구 담원 기아 연습실에서 장용준을 만났다. 지난 시즌에 대한 소회를 묻자 그는 “정말 힘든 시즌이었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LCK 플레이오프 결승 이후 2주의 시간 동안에는 “시즌 중에 누적된 피로를 풀기 위해 마사지도 받고, 정말 많이 잠을 잤다”며 “원래 비시즌에는 LoL이 아닌 다른 게임도 많이 하는데 이번엔 정말 회복과 휴식에만 초점을 맞췄다”고 털어놨다.
“담원으로 이적 후 지난 서머까지 총 3번의 우승을 경험했는데, 이번시즌이 유독 더 길고 힘들게 느껴졌던 것 같다. MSI를 다녀온 뒤 서머 초반 팀이 전체적으로 흔들렸던 게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그나마 2라운드부터 양대인 분석관님이 오시면서, 상황이 나아져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시즌 초반은 저 스스로도 아쉬움이 많이 남는 시기였다. 그래도 후반부에는 다시 폼을 되찾긴 했으니 올 시즌 저를 평가한다면 10점 만점에 7점은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3점을 뺀 이유는 초반 부진으로 인해 로스터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쇼메이커’ 허수가 원거리 딜러 역할을 잘 맡아주고 ‘캐니언’ (김)건부와 ‘말랑’ (김)근성이가 활약해서 다행이지, 정말 위기였다.”
장용준이 로스터에서 제외된 기간 담원 기아는 미드 라이너 허수를 원거리 딜러로, 정글러 김건부를 미드 라이너로 기용했다. 정글러에는 서브 선수인 김근성을 투입했다. 경기에서 빠진 그는 허수에게 각종 플레이 팁을 전하면서도 훈련에 매진해 폼을 끌어올렸다.
“당시 상황을 잠시 설명하자면 허수가 처음부터 원거리 딜러로 가기로 정해진 것은 아니었다. 연습 과정에서 여러 가지 시도가 있었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적의 선택을 한 셈이다. 밖에서 허수의 플레이를 보면서 ‘굉장히 주도적으로 게임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드 라이너라 그런지 스킬 샷도 매우 정교했다.”
“부진을 탈출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된 것은 양대인 분석관님의 컴백이었다. 양 분석관님이 오고 나서 제 챔피언 폭에 변화가 생겼고, 게임의 방향성도 바꿔주셨다.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내 역할에 맞는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됐다고 할까? 무엇을 해야 할지 확실히 인지하고 게임을 하게 됐다.”
서머 우승으로 담원 기아는 LCK 1시드로 롤드컵에 진출하게 됐다. 당초 2021 롤드컵은 중국 5개 도시에서 순회하며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결국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에 위치한 뢰이가르달스회들 실내 스포츠 경기장에서 열리게 됐다. 지난 5월 MSI가 열린 경기장과 동일한 장소다.
이미 한 차례 방문 경험이 있는 장용준은 “살면서 아이슬란드를 갈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두 번이나 가게 됐다”며 “안 가봤던 팀들보다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도 “MSI의 아쉬움을 꼭 털어내고 싶다”고 결의를 드러냈다. 담원 기아는 MSI 결승에서 RNG에게 세트 스코어 2대 3으로 패하며 우승을 내줬다.
“생각보다 아이슬란드가 건조해서 핸드크림과 로션은 꼭 가져가야 한다. 지난번 방문 당시에는 음식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 중국의 경우 조금만 나와도 한식당이 있었지만, 아이슬란드는 한식당이 거의 없었다. 지난번에도 나름 대비한다고, 라면과 컵밥을 준비했는데 결국은 물리더라. 이번엔 다양한 음식을 많이 챙겨갈 생각이다.”
“어떻게 보면 이번 롤드컵이 아이슬란드에서 열려서 더 동기부여가 되는 점도 있다. MSI 당시 아쉬웠던 점을 씻어낼 좋은 기회다. 기회가 된다면 똑같은 경기장에서 MSI 결승 상대였던 RNG를 꼭 이기고 싶다.”
대다수의 LoL e스포츠 관계자들은 이번 롤드컵에 참가하는 리그 가운데 경쟁력 있는 지역을 LCK과 LPL로 예상했다. 장용준은 “LPL도 강하지만, LCK는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양대리그(LCK·LPL)가 강력한 것은 사실이지만, LEC(유럽 프로리그)도 분명히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 특히 PCS(태평양 연안 리그) 소속 PSG 탈론 같은 팀도 경계된다. 이번 롤드컵은 정말로 치열할 것 같다.”
이번 롤드컵은 허수, ‘페이커’ 이상혁(T1), ‘비디디’ 곽보성(젠지 e스포츠), ‘쵸비’ 정지훈(한화생명 e스포츠) 등 LCK 최고의 미드 라이너의 출전으로 화제를 모았다.
국가대표급 미드라이너의 총출동으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지만, 장용준을 비롯해 ‘테디’ 박진성과 ‘구마유시’ 이민형(이상 T1), ‘룰러’ 박재혁(젠지 e스포츠), ‘데프트’ 김혁규(한화생명 e스포츠) 등 원거리 딜러 라인업도 화려하다. 장용준은 이들과 함께 국제대회를 나가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원거리 딜러의 상징과도 같은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롤드컵 무대를 밟을 수 있다는 게 뜻깊다. 모두 결승전에서 만날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상위 라운드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롤드컵에서 만나고 싶은 원거리 딜러가 두 명이 있는데 모두 LPL 소속이다. RNG ‘갈라’ 천웨이와 EDG의 ‘바이퍼’ 박도현이다.”
장용준은 패치노트를 매우 꼼꼼하게 탐독(耽讀)하는 선수다. 정규리그 인터뷰 진행 시 장용준에게 챔피언 상성과 구도를 물어하면, 그는 눈을 반짝이며 패치노트에 대한 내용을 세세하게 답해준다. 이번 롤드컵은 11.19패치 버전으로 진행되는데, 11.18 패치에서 적용된 일부를 밸런싱 하는 수준으로 진행된다. 장용준은 이번에도 기자에게 친절하게 패치노트 강의를 시작했다.
“11.18 패치 기준으로 ‘징크스’와 ‘카이사’ 등 다수의 원거리 딜러 챔피언이 상향됐지만, ‘제드’와 ‘탈론’같은 암살자 챔피언도 상향됐다. 솔로 랭크에서 원거리 딜러로 게임하는 게 어렵다(웃음). 하체에서 캐리하기 쉬운 메타는 아니지 않나.”
“상대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강점이 있는 ‘애쉬’와 ‘바루스’가 하향된 것도 영향을 미칠 것 같다. 라인전 능력은 약해도 후반 성장 기대치가 높은 ‘징크스’, ‘아펠리오스’의 티어도 높아지지 않을까. 어쨌든, ‘진’, ‘세나’, ‘케이틀린’, 애쉬 등이 돌아가며 기용됐던 지난해 롤드컵보다는 원딜 챔피언 선택의 폭이 늘어날 것 같다.”
올해로 프로 생활 6년 차를 맞이한 장용준은 데뷔 후 제법 긴 시간 동안 강등권 팀을 전전했고, 온갖 조롱과 혹평을 받아야 했다. 그는 지난해 담원 게이밍(現 담원 기아) 입단 직후 LCK 서머·롤드컵 우승으로 자신의 진가를 증명했다. 하지만 여전히 그를 향한 저평가는 남아있다.
“지난해 서머 스플릿 무렵 경기력이 확 좋아졌는데, 이것이 롤드컵까지 이어졌다. 올해도 상황이 비슷하다. 이번 롤드컵에서 좋은 결과를 낸다면 저에 대한 평가도 조금은 바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고심하던 장용준은 기자에게 한 문장을 추가해달라고 부탁했다.
“저를 저평가하시는 분들이 결국 저평가 받게 만들어 드리고 싶다.”
지난해와 달리 장용준은 올해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롤드컵에 참여한다. 그는 상황이 바뀐 만큼 감회도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작년 롤드컵과 비교하면 마음가짐부터가 다르다. 개인적으로는 2020 롤드컵보다는 2021 MSI가 계속 머릿속에 남는다. 이번에 꼭 우승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디펜딩 챔피언으로 참가하는 만큼 위상에 걸맞은 활약으로 LCK 위상을 높이고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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