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호 태풍 ‘힌남노’로 인해 대다수 유치원, 초등학교가 휴업에 들어갔다. 맞벌이 부모 사이에서는 돌봄 공백에 대한 우려가 쏟아졌다. 

6일 교육부에 따르면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전국 절반 이상의 학교가 등교수업을 중단했다. 전국의 유·초·중·고등학교 중 원격 전환한 학교는 7348개교(37%), 휴업은 2615개교(13.2%)에 달한다. 1317개교(6.6%)는 등·하교 시간을 조정했다.

정부는 전날 유치원·학교 등교수업 중단을 권고했다. 제주와 부산, 울산 등 태풍 피해가 예상되는 지역 대부분이 원격·단축 수업으로 전환하거나 재량 휴업을 결정했다. 서울도 유치원 787곳과 초등학교 607곳의 등교수업을 중단하고 일괄적으로 휴업에 들어갔다.

갑작스러운 휴업·휴교 소식에 맞벌이 부모는 비상에 걸렸다.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은 집에 있지만, 대다수 직장인은 정상출근을 하는 탓이다. 서울에서 재직 중인 이모(39·여)씨는 부랴부랴 연차 휴가를 냈다. 그는 “6살 아들 유치원이 휴원한다는 말에 하루 연차를 썼다”며 “주위에 봐줄 사람이 없으니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했다.

4살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29·여)씨도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김씨는 “어린이집에서 오전 7시쯤에서야 휴원 공지를 받았다. 출근길에 친정 부모님께 들러 급하게 아이를 맡겼다”며 “안전을 위한 조치지만 직장맘은 돌봄 스트레스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온라인 맘카페도 들썩였다. 맘카페 회원들은 안전을 위해 학교가 쉰다면 아이들을 돌볼 부모도 함께 쉴 수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어린 자녀를 둔 맞벌이 부모는 긴급하게 시행되는 휴업·휴교 때마다 불편을 겪는다는 지적이다. 명확한 휴업·휴교 기준을 만들어 최소한 휴업·휴교 여부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돌봄대책이 더 강화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학교가 문을 닫으면 부모들의 선택지로는 가족돌봄휴가가 있다. 연간 최장 10일까지 쓸 수 있는 무급 휴가다. 사업주는 사업장 운영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를 허용해야 한다. 위반 시 사업주는 최대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다만 현장에서는 사측에 눈치가 보여 이용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다. 자영업자나 영세업체 노동자는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장하나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는 “가족돌봄휴가에 대한 기업의 인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 정부 차원에서 권고가 아닌 의무가 되도록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가족돌봄휴가를 일수 제한이 없는 유급휴가로 돌리고, 정부가 기업 손실분을 지원하는 식으로 돌봄휴가를 활성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