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7시 아이가 운다. 기저귀를 확인하는 것으로 엄마의 하루가 시작된다. 31세 우모씨는 10개월 아들을 둔 초보 엄마다. 시댁과 친정을 가끔 오가며 아이를 직접 돌보고 있다. “이제는 좀 숨 쉴 시간이 있어요. 분유, 기저귀 값도 덜 들고….” 신생아 때는 분유 한 통을 3일이면 비우고, 기저귀는 하루에 기본 15개씩 쓰던 아이. 이제는 일주일에 분유 한 통, 기저귀도 한 묶음이면 된다. 매주 약 20만 원씩 들던 생활용품 부담이 10만 원대로 줄었다.
하지만 식비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이유식을 먹여야 할 시기가 됐기 때문이다. 매주 한 번씩 일주일 분량의 이유식 재료를 산다. 작고 소중한 아이가 먹는 것이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이번 주는 한우 안심 300g, 뿌리 채소, 버섯 등을 구매했다. 다음 주는 닭가슴살 안심 300g, 잎사귀 채소 그리고 그 다음 주는 연어 같은 생선을 사서 이유식을 만들 생각이다. 그렇게 한 달 20~25만 원이 든다. 치즈, 과일, 요거트 등 간식거리까지 담자면 족히 30만 원은 깨진다.
우씨는 “다행히 아이가 까다로운 편이 아니라 무난한 가격대의 기저귀나 분유를 썼지만 비싼 제품을 안 쓰면 설사, 발진 등의 문제가 생기는 아이들도 있다고 들었다. 만약 우리도 상황이 그랬다면 생계비가 2배 더 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곧 1살이 되면 분유는 더 이상 안 먹는다. 하지만 먹는 게 늘어나니 간식은 더 챙겨줘야 한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음식 재료값은 더 비싸지고, 양도 많아진다. 시중에 파는 이유식을 먹여도 되지만 좀 더 잘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자 욕심”이라며 “분유를 더 이상 안 산다고 음식 값이 줄어드는 건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오전 10시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 문화센터. 오늘은 채소를 이용한 체험 수업이 있다. 벌써부터 엄마와 아기들로 센터가 북적북적하다. 매일같이 집에 갇혀 아이를 돌보다가 최근 들어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문화센터를 찾기 시작했다. 3개월 동안 5~6차례 수업이 진행되며 비용은 10만 원에서 12만 원 정도다. 재료비나 교재비를 별도로 내야하는 경우도 있다.
우씨는 “아이가 클수록 시각, 촉각, 후각 등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체험이 필요하다고 들었다. 집에 있는 장난감은 한정적이고, 어린이집을 따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서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서라도 문화센터, 키즈카페 등을 찾고 있다. 키즈카페는 1회 입장에 아이가 1만 원, 어른은 5천 원이다. 날씨가 추워 놀이터를 못가다보니 요즘은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가는 것 같다”고 했다.
낮 12시 돌아온 이유식 시간. 정성스럽게 만든 이유식을 그릇에 담아본다. 그릇은 물론, 아이가 앉은 식탁용 의자, 빨대 기능이 있는 전용 컵, 숟가락, 턱받이 등등. 모든 게 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한 제품들이다. 하나하나 꼼꼼이 찾아보고 구입한 것들이다. 가격 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선택의 여지가 넓은 것도 아니다. 아이가 시도 때도 없이 움직일 것을 고려해 만들어진 식기류가 식탁에 딱 밀착된다. 이유식을 먹는 동안 옷에 흘리고 묻히는 일이 자주 있었다. 식사를 하거나 놀다보면 쉽게 더러워지는 아이 옷을 두고 볼 수 없어 수시로 갈아입히고는 했다. 산책이라도 나가려면 외투, 모자, 신발이 필요하고 그 마저도 애가 쑥쑥 크다보니 3~4개월에 한 번은 다시 구입하는 일이 생긴다. 옷가지 역시 무형광, 향균 소재. “아이들이 써야할 모든 게 성인용보다 2배 비싸다”며 우씨가 한숨 내쉰다.
맞벌이로 힘든 부모들의 의견을 반영해 올해부터 시행한 부모급여 지원 제도. 지난해까지 이어진 영아수당을 없앤 대신 0세는 월 70만 원, 1세 월 35만 원으로 증액해 지급한다. 신청만 하면 매달 25일 받을 수 있다. 금액이 늘어난 것은 우씨에게 반가운 소식이었다. 지난해 12월까지는 30만 원에 그쳐 빠듯했지만, 올해 1월 처음 70만 원을 받아 걱정을 덜고 살림살이를 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그는 “아이가 성장할수록 바꿔줘야 하는 것들이 많다.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기저귀 살 때 물티슈가 사은품으로 붙은 행사 제품을 선택한다거나 온라인 맘카페 공동구매, 중고거래 등을 이용하기도 한다”며 “부모급여 시행 전에는 하루하루 쪼들렸는데 다행히 제도가 나아졌다. 70만 원이면 아이 한 명을 기르는 데 적절한 금액”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씨는 2개월 뒤면 ‘1세 적용’을 받게 된다. 지원금이 절반으로 깎인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시설에 약 50만 원의 비용이 지불되지만, 가정에서 돌보면 현금 35만 원을 지원 받는다. 이에 대해서는 아쉬운 마음을 표현했다. 우씨는 “어떤 기준으로 지원금이 정해졌는지 모르겠지만 분유나 기저귀 값이 줄어든다고 생활비가 줄어드는 것은 절대 아니다. 게다가 1세부터 어린이집을 보내면서 맞벌이 하는 엄마들도 많지 않다. 이런 경우 차등 지급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저녁 9시 마지막 분유를 먹이고 나서 아이를 재워야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엄마 곁을 떠나지 않으려 하고, 활동 범위는 갈수록 커지다보니 엄마 입장에서는 돌보기가 더 힘들어진다. 그래도 보육시설 이용은 내키지 않는다. 안심할 만한 어린이집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다. 앞으로 불어날 양육비가 벌써부터 걱정이다.
우씨는 “아이를 낳기 전에는 데이트, 여행 다 해도 생활비가 200만 원 안쪽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놀러가지 않아도 매달 300만 원 정도가 들어간다. 당장은 남편이 혼자 벌어도 버틸 수 있겠지만 아이가 크면 몇 배는 더 든다고 해서 부담스럽다”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아기 못 낳는다’는 말이 실제 낳아보니 절실히 이해가 된다. 최소 20년, 최대 30년까지 돌볼 생각을 해야 하는데 육아를 하며 직장 잡을 생각을 하니 머리가 아프다”고 털어놨다.
결론적으로 “둘째 생각은 없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우씨는 “아이를 좋아해서 더 낳고 싶더라도, 또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더라도 돈이 없다”면서 “이번 부모급여 지원금으로 생활에 잠깐의 숨통이 트였지만 육아 시간과 노동의 값, 아이에게 집중할 수 있을 여건 등을 따지면 둘째는 어림도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