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기본요금이 아니라 지하철 요금이 4100원이요? 한국 지하철 맞나요.”
다음달 7일부터 신분당선 신사역에서 광교역까지 가려면 편도 4100원을 내야 한다. 신분당선 운임이 1년 4개월 만에 또 오르자, 시민들은 “택시비도 아니고 장난하냐” “아무리 민자여도 양심 어디갔냐” 등 반응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일 신분당선은 신분당선 운임조정 내역을 담은 공지를 홈페이지에서 공개했다. 운임조정안을 살펴보면 다음달 7일부터 총 450원이 인상된다.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400원(교통카드 기준)으로 150원이 오르고, 신분당선 신사~강남구간 별도운임이 500원에서 700원으로 200원이 인상된다. 정자~광교구간 연계 할인은 600원에서 500원으로 100원 줄어든다.
신분당선 요금체계가 복잡한 이유는 한 노선에 3개 구간별로 각각 다른 민자사업자가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간별로 이용 금액이 다르고 추가 금액이 붙는다. 신분당선 운임은 △수도권 지하철 기본 운임 1400원(10㎞까지) △신분당선 내 각 구간 별도운임 △거리추가운임까지 더해야 한다. 신분당선을 타고 신사역에서 출발해 광교까지 가려면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 1400원에 각 구간별 별도운임 2200원, 그리고 거리 추가운임 500원을 더해 편도 4100원이 발생하는 것이다.
신분당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직장인들은 요금 인상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분위기였다. 경기 수원시 광교에서 경기 성남시 판교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김모(29)씨는 신분당선 요금 인상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씨는 “회사가 판교여도 본가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려면 서울을 가야한다”며 “왕복 8000원이면 곤란하다”고 털어놨다. 그는 “회사 사람들도 진짜 지하철 편도가 4000원이냐고 다시 물어봤다”며 “광교에 사는 동료들은 이사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금 인상 소식에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버스 타고 다녀야겠다는 시민들도 있었다. 서울 용산역에서 신분당선 양재시민의숲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신모(30)씨는 출근길엔 지하철을, 퇴근길엔 버스를 타고 다녔다. 신씨는 “지금도 신분당선 운임 때문에 출근길에만 지하철을 탄다”라며 “운임이 더 오르면 앞으론 신분당선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분당선 외에 출퇴근할 대안이 없는 시민들의 시름은 커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5호선 신정역에서 신분당선 광교역으로 출퇴근하는 직장인 박모(28)씨는 “버스를 타면 출근 시간이 2배나 걸린다”며 난감해했다. 박씨는 매일 1시간40분씩 서울지하철 5호선에서 9호선, 다시 신분당선으로 갈아타며 출근한다. 교통비 부담을 줄이려고 버스를 이용하면 약 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신분당선 요금 인상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중교통의 역할을 강조하는 글로벌 스탠다드와 동떨어진 방향이다. 최근 유럽 각국에서는 대중교통을 합리적인 가격에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기권 등을 판매하고 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 파리가 대표적이다. 최근 서울시도 월 6만5000원에 서울시 대중교통을 무제한으로 이용하는 ‘기후동행카드’ 도입을 발표했다. 다만 서울시 내에서 승차할 때만 혜택을 볼 수 있고, 신분당선은 제외돼 반쪽짜리 카드라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나서도 신분당선 요금 인상을 막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신분당선은 공공재원이 투입된 민자사업이지만, 건설과 운영비용을 지하철 운임으로 회수하는 수익형 민자사업(BTO)방식”이라며 “정부가 절반 가까이 위험을 분산시켜줬어도, 사업 방식에 따라 요금 인상을 막을 수 있는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