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서울시교육청이 21일 발표한 서울 영어공교육 강화 방안은 초·중등 학생들의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영어를 읽고 듣는 수준을 넘어 영어로 말하고 쓰는 표현 능력을 강화하는 쪽으로 초·중등 영어교육의 판을 새롭게 짜보겠다는 것이다. 영어 공교육을 강화해 사교육 수요를 흡수한다는 계획이지만 평가 객관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너무 성급하게 추진하는 게 아니냐는 등의 우려도 만만치 않다.
말하기·쓰기 등 내신 50% 반영
중학생과 고1 학생의 경우 당장 올해부터 듣기·말하기·쓰기 평가 결과가 영어 내신 성적에 50% 이상 반영된다.100점을 만점으로 할 때 50점 넘는 점수가 의사소통 실력으로 결정되는 셈이다. 이에 따라 독해나 어법·어휘가 점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줄어든다.
말하기·쓰기 평가는 지필고사로 치러지는 독해나 어법 시험과 달리 수행평가 형식으로 치러진다. 음악·미술 등 예체능 실기 평가처럼 평소 수업시간에 실력을 측정한 뒤 그 결과를 중간·기말고사 등 내신 성적에 반영하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모든 영어교사들이 2012년부터 수업을 영어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시교육청 집계 결과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영어로 수업이 가능한 교사는 60%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이 비율을 100%까지 끌어올리기 위해 앞으로 4년간 1만7500명 이상의 영어교사를 대상으로 60시간 이상 연수에 참가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영어 사교육비 잡을 수 있을까
시교육청은 이러한 조치를 통해 영어 사교육이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영어를 잘하는 교사를 늘리고 방과후 영어수업을 강화해 사교육을 막을 것"이라며 "학교에서 얼마만큼 사교육 수요를 흡수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원과 학부모들은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읽기 평가에 치우친 현행 교육 방식에서 벗어나 의사소통 중심의 영어 교육이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지만 사교육비 경감 효과에 대해서는 대체로 회의적이다.
특히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고교의 경우 읽기와 듣기 중심의 수능 체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의사소통 중심의 수업과 평가가 이뤄지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외 거주 경험 여부에 따른 학생간 유불리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시교육청은 절대 평가여서 문제없다는 입장이지만 조기 유학이나 해외 연수를 다녀온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으면서 학생간 점수차는 상대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말하기·쓰기 교육 여건을 충분히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평가 방식부터 바꿀 경우 사교육비를 잡기는커녕 오히려 사교육 업체를 배불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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