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현 “씨름 선수들 다시는 이종격투기로 안 나갔으면 좋겠다”

이태현 “씨름 선수들 다시는 이종격투기로 안 나갔으면 좋겠다”

기사승인 2009-01-28 22:24:01


[쿠키 스포츠] “후배들은 이종격투기 무대로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민속씨름 천하장사 출신 이태현(33)은 자신의 ‘외도’를 후회하고 있었다. 씨름판에서 새 인생을 시작한 마당에 과거사를 일일이 털어놓지는 않았으나 인터뷰 내내 후회의 빛이 느껴졌다. 씨름판이 사분오열되고 각종 대회가 없어지면서 모래판을 떠날수밖에 없었던 사정도 있었지만 자신이 판단을 잘못했음을 인정하기도 했다.

이태현은 “어제(27일) 설날통합장사대회에서 모래판에 고꾸라져 얼굴에 상처가 났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비록 후배에게 졌지만 고향에 온 듯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경기를 치렀다”고 밝게 웃었다. 졌어도 마음이 편안하다는 얘기다.

이태현은 1993년에 모래판에 데뷔해 2006년까지 630경기에서 472승을 기록, 국내 씨름 선수 최다승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는 명실상부한 이만기-강호동 이후 씨름계 대표 아이콘이었다. 하지만 2006년 새로운 무대에 도전한다며 이종격투기로 전향했고, 1승2패로 자존심을 구긴 후 지난해 11월 모래판 복귀를 선언했다.

그는 씨름과 이종격투기의 차이를 몸으로 느꼈다. “씨름과 격투기는 근본적으로 다르므로 전향하려면 죽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씨름 선수들은 안 넘어지고 상대를 넘어뜨리는 것을 기본으로 하지만 이종격투기는 상대를 주먹과 발로 가격하는 타격기술과 그라운드 기술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종격투기로 전향해 성공하려면 적어도 20세 초반에 전향해 그쪽에서 잔뼈가 굵어야 한다”면서 “단순히 보고 배우는 것과 몸에 체득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격투기판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주최측이 흥행을 최우선시한 나머지 선수가 준비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태현은 격투기로 전향한지 한 달 남짓한 시점에 링에 올랐고 KO패했다.

그는 “일단 링에 올리고 보려는 부류들이 보통 ‘너 최고다 당장 올라가도 다 이긴다’라고 부추기는데 이런데 넘어가면 큰일 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1승 2패의 부진한 성적을 모두 자신의 탓으로 돌렸다.

이태현은 이종격투기로 전향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고 했다. 그는 “씨름판에 있을 때는 선후배와 살을 맞대고 동고동락했기 때문에 외로움을 몰랐는데, 전향하고는 수많은 관중에 둘려 쌓여도 무척 쓸쓸하고 고독했다”고 털어놨다.

최홍만에 대해서는 안쓰러움을 나타냈다. 그는 “홍만이가 돌아와서 함께 샅바를 잡았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너무 멀리간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무엇보다 씨름이 활성화 돼 후배들이 다른 무대로 나가려는 생각을 안하도록 하는게 우선”이라며 “내가 앞으로 할 일이 바로 이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서는 30대 노장의 얼굴에서 새로운 각오가 엿보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사진=최종학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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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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