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이전에 신고포상금 쓰고… 공정위의 이상한 시장감시

청사이전에 신고포상금 쓰고… 공정위의 이상한 시장감시

기사승인 2009-02-08 20:43:01


[쿠키 경제] 신문 시장의 불공정거래를 뿌리뽑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신고 포상금 제도가 이명박 정부 들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일부 언론과의 대립각을 세웠던 참여정부 시절 다른 예산까지 끌어다 신고 포상금으로 썼던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에는 포상금 예산을 쪼개 청사 임대료를 냈다. 이 때문에 신고 건수는 전년보다 10%이상 늘었지만 포상금 지급액은 절반 가량 줄었다. '경제 검찰'을 자처해온 공정위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청사 이전 비용으로 쓴 포상금=지난해 공정위에 배정된 각종 신고 포상금 예산은 5억5000만원이었으나 가장 비중이 높은 신문판매고시 위반 신고 포상금 3억52만원을 비롯해 실제 집행된 돈은 3억원을 조금 웃돌았다. 나머지는 포상금외에 다른 용도로 쓰였다는 얘기다.

본보가 지난해 공정위 회계 자료를 입수, 분석한 결과 전체 포상금 예산 가운데 무려 2억300만원이 청사 이전 비용과 건물 임차료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지난해 3월 과천에서 서울 반포동으로 청사를 옮겼다.

공정위 관계자는 8일 "지난해 청사 이전에 모두 17억원이 들어갔다"며 "이사와 조달청 건물 사용료 등의 부족분을 감안해 중요도가 덜한 신고 포상금 예산에서 일부 가져다 썼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직전 연도인 2007년 예산 편성에선 공정위 태도는 완전히 달랐다. 공정위는 당시 예산 4억5000만원이 모자르다는 판단에 인건비 절감분 1억2000만원과 연구개발비 5600만원, 시설유지비 700만원 등 총 3억4200만원의 추가재원을 동원해 포상금 예산을 8억원 가량으로 늘렸다. 신문 시장의 위법 행위가 갈수록 은밀해지고 교묘하게 이뤄지는 데 반해 증거 확보가 쉽지 않아 시민의 감시 역량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취지였다.

공정위 입장은 정권 교체와 함께 180도 바뀌었다. 이는 백용호 공정위원장의 신문고시 전면 재검토 방침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불공정위'로 전락한 공정위=신문시장을 향한 공정위의 칼날도 무디어졌다. 지난해 공정위가 공짜 신문이나 경품 등을 제공했다가 적발된 신문사와 신문지국에 시정 명령과 함께 매긴 과징금은 모두 2340만원이다. 직전 연도인 2007년 같은 이유로 부과한 과징금(8억9660만원)의 약 40분의 1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신고 포상금 지급액이 줄면서 신문사 지국의 불공정거래 신고가 감소한 탓"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엉터리 해명이었다.

지난해 실제 신고건수는 585건으로 전년보다 13.8% 늘어났다. 하지만 포상금 지급액은 40.2%나 줄었다. 포상금 지급도 깐깐해져 2007년 신고자 10명 가운데 7명(70.2%)에게 포상금을 내줬지만 지난해에는 전체 신고자의 47.5%만 포상금을 받았다.

신고나 제보를 통한 감시 외에 공정위가 직접 시장조사권을 발동하는 직권조사도 지난해에는 단 한 차례도 실시되지 않았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순기 수석부위원장은 "공정위가 신문판매고시 위반에 대해 더 이상 적극적으로 단속할 의지가 없다는 방증"이라며 "시장에서 다른 경쟁자에 피해를 끼치면서 자사의 이익을 취하는 행위가 벌어지고 있는데도 이를 단속하지 않는 것은 공정위가 '불공정거래위원회'로 간판을 바꾼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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