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아이파크 영건 3총사 “기다려라 K리그”

부산 아이파크 영건 3총사 “기다려라 K리그”

기사승인 2009-02-11 17:27:02

[쿠키 스포츠]“6강 플레이오프, 떼어놓은 당상이죠”

부산 아이파크(단장 안병모)는 젊다. 부산 영건스(젊은 전사)로 이름을 바꿔도 전혀 손색없을 정도다. 선수 32명 가운데 25세 미만이 15명. 지난해에는 30대 중반 고참 선수 5명이 무더기로 빠져나가 버렸다.

감독도 젊다. 신태용 감독이 성남에 부임하기 전인 지난해까지 황선홍 감독은 전체 14개 구단 중 막내였다. 국민들 뇌리에도 아직 감독이라는 호칭보다는 태극전사 이미지가 친숙하다.

팀 전지훈련지 터키 안탈리아에서 새내기 감독의 쩌렁쩌렁한 호령 속에 비지땀을 짜내고 있는 젊은피들을 지난 10일 만나봤다. 모두 “올 시즌은 이름 석자를 팬의 뇌리에 각인시키겠노라”고 각오가 대단하다.

◇“기다려라 K-리그, 전설의 노하우를 전수받는다”= 올시즌 드래프트 전체 1순위 지명으로 부산에서 프로 데뷔를 하게 된 공격수 임경현(23). 그는 유쾌하다. 지난해와 달리 팀이 6강에 올라갈 수 있는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내가 들어왔으니까요”라면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웃었다. 즉시 농담이라며 주워 담으면서도 눈에 남아 있는 웃음기는 쾌활함으로 팀에 빠르게 녹아드는 이유를 엿볼 수 있게 했다. 넘치는 ‘끼’, 주체할 수 없어 보였다.

하지만 낙천적인 임경현이라도 프로로 넘어오면서 느끼는 중압감에서는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고 한다. 그는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점, 프로는 다르다는 수많은 우려들, 실제 들어와서 보고 느꼈던 치열함, 비장함에 압도당했었다”라고 털어놨다.

그는 현재 중압감을 떨쳐버리고 스트라이커 황선홍의 노하우를 흡수하는 행운에 들떠있는 상태다. 아마추어에서는 상상도 못하던 골밑 노하우들이 쏟아진단다. 처음 느꼈던 중압감은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에 눈 녹듯 사라졌다. 상대 수비수를 어떻게 흔드는 지, 타이밍은 어떻게 빼앗는지 특히 상대 수비를 등지는 플레이 등은 전설적인 골잡이의 시범을 보기도 하고 야단도 맞아가면서 체득하고 있다.

젊고 패기 넘치는 선수가 스스로 그리는 움직임에 한걸음 다가서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나로 인해 플레이오프에 간다’는 100% 농담만으로 치부하기 어려웠다.

◇“예리한 킥에 근육 장착하고 있다”= 지난 시즌 알토란같은 4골 4도움으로 신인왕 후보에 올랐던 박희도(23). 그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올해는 팀을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시키겠다”며 눈을 반짝였다. 내성적으로 보일 정도로 차분한 말투로 인터뷰를 시작했지만 이내 ‘플레이오프’라는 단어가 튀어나오자 프로의 승부근성이 꿈틀거리는 듯 단호한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시즌을 떠올리며 아쉬운 듯 “이기고 있던 경기만 잡았어도…”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팀이 안정적이지 못해 역전패 당했던 장면이 떠오를 때마다 몸이 부들부들 떨린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되도록 긍정적인 생각만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시즌 경기에서 좋았던 경기를 동영상으로 다시 보면서 머릿속에 좋았던 장면들을 넣고 다닌다고 한다.

근육량을 늘리는 훈련에도 역점을 두고 성과도 있었다. 지난 시즌 내내 킥은 정교하지만 전체적인 힘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선수들 쉴 때도 역기를 놓지 않았다. 킥도 더욱 정교하게 다듬고 있다. 예리한 킥에 강력한 근육이 붙여 라이언 긱스(맨유)의 움직임을 K-리그에서 구현하겠다는 게 목표다. 올시즌에는 어시스트 왕도 한번 노려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지칠 때마다 아버지를 떠올린다고 한다. “가정형편이 어려워 꿈인 축구선수를 포기해야만 했던 아버지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채찍질 해왔고 그 성과가 올해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라며 인터뷰를 끝냈다.

◇“프로? 이제 감 잡았다”= 키 194㎝에 체중 90㎏의 거구 골키퍼 이범영(20). 올 시즌 프로 2년차를 맞은 그에게 지난 시즌은 지옥 같았다. 한 경기 한 경기 고등학교 토너먼트 대회 결승전처럼 극도의 긴장 속에 경기를 치렀다. 경기가 끝나면 잠도 잘 수 없었다. 그는“잠만 청하면 온몸의 근육, 뼈마디 심지어 머릿속이 아프다고 아우성이었다”면서 “새삼 프로의 벽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종료부터 전지훈련 올 때까지 어떻게 하면 잘하고 못하는지 스스로 지난해를 복기했다”면서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팀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을 물어보자 가장 먼저 훈련량 얘기를 끄집어냈다. 그는 “지난 시즌 들어가기 전에 제 체력은 팀 전체에서 꼴찌였는데 지금은 필드플레이어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단련됐다”면서 “혹독한 훈련의 결과이고 모든 선수가 상향평준화 됐다”라고 설명했다. 입에서 단내가 아직도 나는 것 같다고 한다. 그러면서 “체력은 여러 요인 중 한가지일 뿐”이라며 미소지었다.

골키퍼로서 당찬 꿈도 드러냈다. 그가 생각하는 ‘골키퍼’라는 존재는 팀의 상징이며 상대 예봉을 꺾어놓고 동료들의 사기를 높여주는 역할을 한다. 국가대표 중에 이운재의 안정감을 추구하는지, 김병지의 화려함이 더 좋은지 묻자 “내 목표는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의 부폰 골키퍼”라며“그는 이운재와 김병지 두 선배의 장점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당차게 말했다.

하지만 “일단은 주전 골키퍼로서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게 눈앞의 과제겠죠?”라며 웃었다. 안탈리아=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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