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프닝 메이커 김태영 “자책골의 멍에 털어버리겠다”

해프닝 메이커 김태영 “자책골의 멍에 털어버리겠다”

기사승인 2009-02-12 21:13:02

[쿠키 스포츠] “올해는 실력으로 모든 것을 털어버리겠다”

11일 부산 아이파크의 전지훈련지인 터키 안탈리아에서 만난 김태영(27·수비수)은 프로축구 통산 1만 호 골을 자책골로 기록하게 한 장본인이다. 축구인과 팬들이 모두 기다리던 1만 번째 골은 이 불운한 수비수 발끝에서 나왔고,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김태영을 둘러싼 또 다른 촌극. 그는 2004년 프로데뷔 첫해 올스타에 뽑히는 영광을 차지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당시 축구인들과 언론에서는 2002월드컵에서 코뼈 부상에도 안면 마스크를 쓰고 나와 투혼을 불태운 태극전사 김태영(현 대학코치)과 동명이인이었기 때문에 벌어진 ‘웃기는 일’ 정도로 치부했다. 당시 김태영은 홈페이지를 통해 이뤄진 올스타 팬 투표에서 총 9만여 표를 얻어 올스타에 선정됐었다. 이에 대해 그는 “어떻게 그 많은 표가 하나같이 잘못 찍혔을 수 있겠느냐”면서 “당시 제가 신인임에도 많은 경기에 뛰면서 좋은 활약을 했고 구단에서도 광범위하게 홍보를 했기 때문에 당당하게 얻은 결과”라며 억울해 했다. 하지만 “올 시즌은 팀도 짜임새가 있어졌고 스스로 준비를 많이 했기 때문에 실력으로 그간 해프닝이 좋은 추억이 되도록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역사적인 자책골, 올스타 동명이인 시비를 일으킨 점에서 웃음을 자아내게 하는 인물이지만 실제로는 두 아이의 아버지로 상대를 차분하게 만드는 말투와 진중한 성격이다. 그는 흘러간 옛 유행가를 항상 노트북에 깔고 다니며 틈날 때마다 듣는다. 학창시절 즐겨 들었던 유행가를 듣다 보면 당시 선배들에게 얻어터지면서 힘들게 운동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현재의 행복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줘서 좋단다. 흘러나오는 옛 유행가와 함께 노트북 컴퓨터 바탕화면에 장식된 가족사진은 그의 행복의 원천이다. 그는 “사진을 볼 때마다 이 녀석들을 내가 먹여 살린다고 생각하면 자부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 아이는 5살인데 운동신경이 별로 없어 넘어질 때 아프게 넘어지는데 이제 걸음마를 하는 둘째는 넘어질 때도 손을 잘 이용해 안 아프게 넘어진다”면서“제 후계자는 둘째가 될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은퇴 후를 대비해 자료도 정리하고 있는 꼼꼼한 성격이기도 하다. 그는 중학교 때부터 줄곧 자신의 훈련일지를 정리하고 있다. 1년에 대학노트 한 권이 다 채워진다. 꼼꼼하게 일지를 정리해 나중에 지도자가 됐을 때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내 이름이 축구사에 자책골의 장본인으로 기록될지, 훌륭한 수비수로 남을지, 아니면 유능한 지도자로 쓰일지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지금은 하나도 부끄럽지 않다”고 강조했다. 안탈리아=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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