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황선홍 “축구선수들 광대가 돼라”

감독 황선홍 “축구선수들 광대가 돼라”

기사승인 2009-02-13 17:37:01

[쿠키 스포츠] 프로축구 부산 아이파크 황선홍(41) 감독은 터키 안탈리아에서 전지훈련 중이다. 주축 선수 전원이 참여하는 대규모 훈련이다. 유럽의 거친 팀들을 접하게 해줌으로써 선수들에게 야성을 길러주겠다는 것이 이번 전지훈련의 목표다.

불가리아 1부리그 5위 팀 슬리번 등과의 연습경기에서 황 감독은 적극적이고 거친 플레이를 끊임없이 주문했다. ‘황새’처럼 우아한 그가 거친 플레이를 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칠고 공격적인 팀으로 플레이오프 간다”=황 감독은 “거친 게 더러운 경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적극적이고 책임감 있는 자세”라며 “이번 전지훈련 최대의 목표가 야성을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시즌 부산은 파울 수 365개로 14개 구단 가운데 가장 얌전했다.

지난해 잦은 선수 이동으로 어수선했던 팀이 올해는 안정화됐지만 파괴력이 없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무엇보다 공격수들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그는 말했다. 얌전한 교과서 축구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정성훈, 호믈로, 양동현 등이 올해에는 지난해 30골보다 훨씬 많은 골을 넣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사실 골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돌파하고 부수고 부딪쳐셔 창조해 내는 것 아닌가. 골은 결코 그냥 주어지는 법이 없다.

지난해 감독 생활을 처음 시작한 그는 5승7무14패 12위로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하지만 그는 역경 극복의 ‘달인’이다. 어린 시절은 불우했고 깡마른 체구였지만 자신의 장점을 살려 최고의 스트라이커로
성장했다. 1994년 월드컵 부진으로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았고, 1998년 월드컵에는 부상으로 뛰지도 못했지만 2002년 월드컵 돌풍의 서막을 알리는 마수걸이 골을 집어 넣었다.

◇“내 아이 선수 시키기도 겁난다”=황 감독은 올해부터 대한축구협회 이사로도 활동한다. 감독과는 별도로 축구 행정이라는 또 다른 큰 도전이다. 그는 특히 ‘초·중·고 주말 리그제’ 정착을 강조했다.

황 감독의 첫째 아들도 초등학교 5학년으로 축구선수의 길을 고민하고 있다는 점에서 남 일이 아니다. 그는 “이제 아이가 좋아하는 축구선수를 시킬지 결정해야 하는데 아내의 반대가 그동안 극심했다”면서 “공부를 포기해야 하는 현 시스템은 부모들에게 심각한 고민을 안겨준다”고 털어놨다.

승강제 도입에는 신중한 반응이었다. 승강제는 상위리그 하위팀이 하위리그로 강등되고, 하위리그 상위팀이 상위리그로 승격되는 제도로 축구 강국에서는 대부분 시행하는 제도다. K-리그(1부)와 N-리그(2부) 격차가 너무 심해 당장 도입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우리는 광대다”=프로축구가 활성화돼야 재능있는 선수들이 꿈을 가지고 축구에 뛰어들 수 있고, 구단들의 수익이 향상돼야 승강제 도입도 가능해진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러려면 관중 앞에서 뛰는 22명 선수들뿐만 아니라 감독, 코치진까지 모두 ‘광대’가 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관중은 골 터지고 세리모니하는 짧은 순간을 즐기고자 축구장을 찾거나 축구중계를 본다”고 말했다.

열정적인 골 세리모니로 유명했던 그는 “그 짧은 순간을 위해 구역질이 나올 정도로 뛰고 피눈물이 날 정도로 역기를 드는 것”이라며 “간절히 원하는 그것을 얻은 순간에는 날뛰게 되더라”고 회상했다. 감독으로서, 축구 행정가로서,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축구에 그의 인생을 던지고 있다. 안탈리아=글·사진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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