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린 홀짝제=지난 10일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만수 전 장관의 이·취임에 앞서 주차장에선 또다른 인수인계식이 벌어졌다. 장관 전용기사들의 ‘홀짝제 피하기’ 노하우 전수식이었다. 윤 장관은 전임 장관이 쓰던 관용차인 에쿠스(홀수)와 업무용인 소나타(짝수) 차량 2대를 그대로 물려받았다.
본보가 18일 부처별 장관 차량 이용현황을 조사한 결과 지식경제부, 농림수산식품부, 국토해양부도 업무용 차량을 이용해 홀짝제를 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업무용 차량 대신 개인차량을 이용한다고 응답했다. 차량 홀짝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체비용도 만만치 않다. 홀짝제에 묶인 일반 공무원들이 업무를 보기 위해 택시를 이용하면서 예산지출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부의 경우 지난해 9월 업무용 택시 도입직후 670만원이던 월 택시요금 정산규모가 10월 1600만원, 11월 2500만원, 12월 1590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윗사람 눈치만 보는 공무원=홀짝제는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40달러를 넘던 지난 7월 도입된 후 유가는 3분의 1 이하로 떨어졌지만 해제시점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홀짝제 주무부처인 지경부에서 해제 논의가 한차례 진행된 적이 있지만 부처내 결제 라인에서 보류 결정이 내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총리급에서 내려진 결정이니 최소한 총리 주재 관계장관 회의 정도는 돼야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총리 특별지시엔 유가가 얼마까지 떨어지면 해제할 수 있다는 기준이 없다. 당시 유가 전망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의 급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규정대로 하자면 지경부 에너지관리과와 재정부 종합정책과 등이 부처간 협의 형식으로 유가수준과 경제상황을 감안해 해제를 선언하면 되지만 그동안 업무 협의조차 단 한차례도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근 청와대 회의에서 한 장관이 홀짝제로 인한 불편을 슬쩍 화제로 꺼냈지만 대통령의 반응이 묵묵부답이었던 점을 감안해 누구도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김원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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