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원·달러 환율이 석달만에 1500원선을 재돌파하면서 금융시장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동유럽 국가부도 위기 탓도 있지만 시장심리를 무마하지 못하고 우리은행의 콜옵션 포기를 승인한 금융당국의 판단 실수가 환율 폭등에 기름을 부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악재에 떠는 금융시장=20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25원 급등한 1506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1500원대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11월25일(1502.3원) 이후 처음이다.
원·엔 환율도 100엔당 1600원에 근접하면서 1991년 고시환율 집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도 하락 출발한 뒤 환율이 급등하면서 낙폭을 키웠다.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41.15포인트(3.73%) 급락한 1065.95로 장을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9일새 113원이나 폭등한 원인은 복합적이다. 위기로 치닷고 있는 체코 등 동유럽 국가 리스크와 북한 미사일 실험 가능성 등 악재가 꾸준한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정부가 소유한 우리은행의 외화 후순위채 관련 금융위원회 등 당국의 판단 실수라는 인재(人災)인 측면도 강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우리은행은 지난 11일 4억달러 규모의 외화 후순위채에 대한 콜옵션 행사 포기를 선언했다. 자기자본비율(BIS)과 유동성 개선을 위해 10년 만기로 발행후 중간시점인 5년이 되면 대부분 콜옵션(되사는 조건) 계약에 따라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주는 것이 관행이지만 우리은행은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자금 경색을 감안해 콜옵션 행사를 포기했다.
◇다시 대두된 정책 리스크=문제는 우리은행 사례를 통해 정부의 패가 드러났다는 데 있다. 콜옵션을 행사하기 위해선 금융감독원 승인절차를 거쳐야 하고 정부의 지분을 감안해 예금보험공사와 금융위원회가 그 결정과정에 참여했을 것이라는 추론도 한국 정부의 신뢰도에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외환보유고 2000억 달러에 턱걸이하고 있는 정부가 직접적인 시장 개입 대신 은행의 외화자금을 간접적으로 통제할 만큼 운신의 폭이 좁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국내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춘 상황에서 선두 은행의 외화자금 사정이 그만치 나쁘다는 사실도 각인시키는 역효과를 냈다.
한마디로 정부와 은행 모두 소탐대실(小貪大失)의 우를 범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5000만 달러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만기가 돌아오는 신한은행은 이미 콜옵션 행사를 선언했고, 기업은행도 다음달 3억 달러 후순위채에 대해 콜옵션 행사쪽으로 가닥을 틀었다.
은행권 고위 관계자는 "지난해 9월 신제윤 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이 10억 달러 규모의 외평채 발행을 앞두고 위기설의 진위를 입증하러 나간다고 큰소리치고 해외 로드쇼에 나섰다가 빈손으로 돌아온 적이 있다"며 "시장의 우려는 바로 그런 정부의 아마추어적인 접근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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