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외환시장 접근법이 달라졌다. 내정자 신분으로 인사청문회때 모범답안으로 내놓은 ‘시장주의’ 원칙 대신 구두개입을 통해 적정환율을 유도하는 듯한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다. 강력한 시장개입에도 시장에 수를 읽힌 1기 경제팀과 달리 손에 쥔 패를 내보이지 않고 블러핑(허세부리기)을 통해 기선을 제압하려는 시도도 보인다.
고환율 용인하나…헛갈리는 시장
윤 장관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위기관리대책회의를 통해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등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있는 한계상황에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수출 분야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환율 문제를
발전에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환율로 생겨난 수출가격 경쟁력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전날 외환시장 동향 긴급점검을 위해 청와대 경제금융대책회의가 소집된데다 윤 장관 취임후 “외환보유고 2000억달러선의 상징성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엄포성 발언이 외환당국자의 입을 통해 전달된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발언이었다. 외환시장도 어리둥절해하는 분위기다.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1500원선 밑으로 내려섰다가 윤 장관의 고환율을 용인하는 듯한 발언이 전해지면서 1510원대로 올랐지만 전날보다 0.30원 내린 1516.00원에 마감했다.
윤 장관의 속내는
윤 장관의 수출 발언만 아니었다면 외환시장은 1500원선 아래로 조정이 불가피했었다. 전날 미국 증시가 반등한데다 역외환율도 떨어져 달러화에 대한 ‘팔자’ 수요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에서였다.
이런 시점에서 윤 장관이 환율 하락을 제한하는 듯한 발언을 한 배경에는 심각한 내수침체를 겪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당장의 수출가격 경쟁력을 감안해 적정환율을 유지해야 한다는 정책적 필요성과 윤 장관 특유의 정책적 모호성이 깔려 있다. 당분간 1500원선 내외에서 환율을 유지하는 것이 수출시장 확보에 도움이 되고 외환보유고 2000억달러를 소진할 만큼 정부의 상황 인식이 다급하지 않다는 것을 대내외적으로 보여주려는 신호라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부는 시장 안정을 촉구하는 것이지 환율 상승을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환율의 부정적 측면만 강조하다 보니 윤 장관이 긍정적인 측면도 언급한 것 뿐”이라며 “현재 외환당국의 시장 스탠스는 과거나 현재 모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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