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기획재정부 7층 대회의실에 걸렸던 ‘신정아 미술품’이 17일만에 다시 지하실로 옮겨졌다. 그림은 윤증현 재정부 장관 취임 하루전인 지난 9일 지하생활을 끝내고 재정부 핵심자리로 화려한 복귀(?)에 성공했지만 신씨와의 질긴 인연을 끊지 못하고 ‘낙마’했다.<본보 2월26일자 보도>
재정부 관계자는 26일 “황규태 작가의 ‘큰일났다, 봄이 왔다’가 예기치 않은 구설수에 휘말려 떼기로 결정했다”며 “누구의 지시가 있었던 것은 아니고 자체적인 판단에 따른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가로 2m, 세로 1.5m 크기의 이 그림은 벚나무 가지에 여성이 벗은 신과 치마가 차례대로 걸려 있는 합성 작품이다.
이 작품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예산처 장관 시절 신씨로부터 8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장관실에 걸어 화제가 됐다. 옛 예산처 장관실 벽을 장식했던 이 작품은 지난해 3월 정부과천청사로 옮겨진 후 만 11개월간 지하 감금생활을 해오다 경제팀 교체 직전 빛을 봤다.
재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강만수 전 장관은 이임 직전 회의실 벽에 걸린 역대 장관 사진을 떼어내 장관실로 옮기고 떼어낸 자리에 그림을 걸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재정부는 걸 그림을 찾던 중 문제의 이 그림을 지난 9일 내걸었다. 이 작품은 이후 매주 위기관리대책회의와 간부회의가 열리는 재정부 7층 대회의실에서 국내 경제정책추진 과정을 지켜봐왔다. 결국 신정아 그림은 모처럼 햇빛을 본 지 17일만에 지하실로 강등되는 수모를 겪게 됐다. 지하 1층 재정부 도서실로 옮겨진 작품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그걸(신정아 미술품) 써야지 그렇게 처박아둬서 뭐할건지 모르겠다”며 “대회의실에 역대장관 사진들이 걸려있을 때는 회의전 국장들이 저 장관때는 어땠네 저쨌네 많이 얘기했는데 (장관사진도 작품도 없어져)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