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동예술극장 건물, 일제시대 도쿄 극장의 ‘짝퉁’

[단독] 명동예술극장 건물, 일제시대 도쿄 극장의 ‘짝퉁’

기사승인 2009-03-02 18:57:02


[쿠키 문화] 오는 6월 개관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명동예술극장(옛 명동국립극장) 건물이 1936년 건립 당시 일본 도쿄의 한 극장 디자인을 똑같이 베껴 설계됐던 것으로 밝혀졌다. 건립 때 외관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는 명동예술극장이 일제 시대 도쿄의 유명 극장 모양을 그대로 도용한 '짝퉁'임이 드러남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적 극예술 극장으로서 적절성 여부를 놓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동 목원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1일 "명동예술극장 건물의 설립 당시 명칭은 명치좌(明治座)였는데, 명치좌는 일본 도쿄 아사쿠사의 유명 극장 오가쓰간(大勝館)과 디자인이 똑같았다"며 "복사 정도가 아니고 완전한 도작(盜作) 수준"이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가쓰간은 도쿄의 여러 극장을 설계한 극장 전문가 센고쿠 쇼타로라는 인물이 설계했다"면서 "명치좌의 설계자인 다마타(玉田橘治)가 그의 작품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다. 센고쿠의 허락을 받았든 안 받았든 짝퉁임은 틀림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문화재위원회 위원으로 근대건축 분야의 손꼽히는 권위자다.

명치좌의 건축가가 다마타라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있다. 그러나 다마타가 일본 현지의 유명 극장 형태를 그대로 본 따 명치좌를 설계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드러난 것이다. 이에따라 일제 시대의 짝퉁 건물을 그 시절 외형 그대로 2009년도에 재오픈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이에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명동극장이 일본 현지의 건물을 모방해서 건립됐다는 얘기는 처음 듣는다"라며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오가쓰간은 과거 일본 서민들이 많이 찾던 극장가 아사쿠사에 1930년 12월 세워졌다. 명치좌는 이 극장의 평면도까지 거의 그대로 베껴 1936년 10월 당시 우리나라 건물로는 생소한 바로크 양식으로 준공됐다. 타마다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센고쿠의 설계를 도용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동안 대한투자금융 사옥으로 쓰였던 명동극장은 바로크 양식의 건축물 외형은 그대로 보존한 채 내부 리모델링 작업을 거쳐 552석 규모의 극예술 전용극장으로 변모 중이다. 문화부 예산 600억원이 투입됐다. 배우 출신인 유인촌 문화부 장관은 명동예술극장 개관작인 '맹진사댁 경사'에 카메오로 출연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호경 기자
hk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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