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생명존중’ ‘존엄하게 죽을 권리’ 등 가치 차원에 머물러 있던 사회적 논의가 존엄사의 기준 등을 명확히 해 법제화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4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공청회에는 신 의원이 지난달 5일 발의한 ‘존엄사법안’을 중심으로 환자의 자기결정권 규정을 위한 법적요건 정립 등이 논의됐다.
법제화엔 동의…구체적 기준에선 이견
3시간 넘게 이어진 토론에서 참석자들은 존엄사에 대한 법제화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이었던 존엄사라는 용어의 적정성, 대상 환자의 요건, 연명치료의 범위를 두고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손명세 한국의료법윤리학회장은 “존엄사에 대한 논의는 오래 전부터 있었지만 그동안 용어의 통일과 개념 정립은 이뤄지지 않았다”며 “법제화를 추진하기에 앞서 말기 환자에 대한 의료중단 행위를 중립적, 객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용어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현호 경실련 보건의료정책위원은 “용어에 따라 대상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는 만큼 존엄사, 자연사, 연명치료중단 등 어떤 명칭을 사용할 것인지 사회적 논의과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말기환자에 대한 기준이 좀 더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영호 국립암센터 기획실장은 “존엄사를 논할 수 있는 대상자로는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불가능해 수개월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기환자가 질병의 진행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이 임박한 상태’로 명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인영 홍익대 법대교수는 “어떠한 경우에도 의사결정 능력이 없는 환자, 사전 의사표시가 없던 환자에게 존엄사는 허용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연명치료의 범위를 어디까지 한정할 것인지도 논란거리였다. 윤 실장은 “‘환자의 생명을 연장하지 못하며 고통을 초래할 수 있는 치료’에 한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며 “단 연명치료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명시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존엄사법 논의는 시기상조” 의견도
이동익 가톨릭대 생명대학원장은 “의학적으로 소생가능성이 거의 없으므로, 혹은 환자에게 더 큰 고통이 될 것이라는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고 이를 법으로 규정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을 보호하는 법안이 아니라 교묘하게 안락사를 부추기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 원장은 “설사 존엄사법이 제정돼도 종교계 병원들은 양심적 거부 형태로 법을 따르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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