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기…해법은 없나

민주노총 위기…해법은 없나

기사승인 2009-03-12 21:28:01


[쿠키 사회] 한국 노동계의 한 축을 이끌고 있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995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에 몰려있다.

2005년 대기업 노조 간부 채용비리, 전 임원의 뇌물수수 의혹에 휘말렸던 민주노총은 올 들어 핵심 간부의 성폭력 파문으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사건을 조직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초대 사무총장이었던 권용목 뉴라이트 신노동연합 상임대표가 사망 직전까지 작성한 '민주노총 충격 보고서'는 책으로 나와 민주노총을 압박하고 있다. 내부 파벌 싸움과 강경 투쟁 노선 고수도 산별 조직의 반발을 사고 있다.

변화와 혁신의 요구가 거센 가운데 민주노총은 12일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혁신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위기의 민주노총

과거에도 민주노총은 끊임 없는 위기론에 휩싸였다. 그때마다 혁신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조형일 혁신연대 집행위원은 "위기 때마다 당면 문제에 국한한 진단과 대응만 내세웠다"면서 "그나마 충분한 공감대가 이뤄지지 않은 채 진행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고 말했다.

변화를 두려워하고 과거를 답습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최근 경제위기 상황에서도 민주노총은 강경 노선 기조를 버리지 못했다. 이는 산별조직 노조원들의 거부감을 샀다. 인천지하철공사노조는 지난 10일 민주노총 탈퇴안을 표결에 부쳤고 조합원 63.4%의 지지를 얻고도 25표가 부족해 부결됐다. 민주노총의 주력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도 반기를 들었다. 금속노조가 기아자동차지부를 해체하고 지역 지부의 지회를 편입하려 하자 기아차 조합원들은 소속 변경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키로 했다. 노조원의 외면은 조합원 수 감소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조합원은 2006년 75만명에서 2007년 66만명, 지난해 65만명으로 줄었다.

여전한 파벌싸움

민주노총에서는 강경파(중앙파, 현장파)와 온건파(국민파)의 대립이 끊임 없이 일어났다. 2005년 2월 대의원대회에서 국민파였던 이수호 위원장이 노사정위원회 가입을 위한 찬반 투표를 실시하자 강경파가 단상을 점거, 난투극이 벌어졌다.

파벌싸움에 휘말려 지도부는 리더십을 확립하지 못했고 방향도 제시할 수 없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조의 이해가 서로 다르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목표도 달랐다. 조형일 위원은 "정파적 이해를 뛰어넘는 혁신위원회를 구성하고 현장 토론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혁신의 길은 있나

민주노총은 지난달 27일 전국노동자대회를 열어 분위기 반전을 시도했지만 아직 변화의 조짐은 없다. 조직 내부의 뼈를 깎는 자기 혁신이 없다면 지지를 회복하기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밖에 없었다.

이승우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부의장은 "민주노총 혁신은 운동의 초심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민주노조운동의 기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이 아니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허영구 전 부위원장은 "민주노총을 리모델링해야 하냐, 새로 지어야 하냐고 묻는다면 후자"라고 밝혔다.그는 "복수노총 시대는 불가피하다"며 새로운 틀이 필요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퇴 후 '민주노총은 죽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서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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