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교에 모든것 바친 남자 김수홍

인천대교에 모든것 바친 남자 김수홍

기사승인 2009-03-19 10:14:01

[쿠키 사회] 인천대교는 거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충분히 쓰여지지 않았다. 영종도와 송도를 잇는 12.3㎞(연결도로 포함 21.4㎞)의 다리, 63빌딩 높이로 우뚝 선 두 개의 주탑, 그 다리가 서해바다 위에서 연출하는 압도적인 인상, 여기서 이야기는 더 나아가지 못했다. 이제는 인천대교의 겉모습이 말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서 들어볼 차례다. 그것은 이 다리를 만들어낸 시스템에 대한 것이다.

지난 16일 인천대교에 자신의 40대, 10년을 모두 부어버린 남자를 만났다. 인천대교㈜ 대표이자 에이멕(AMEC)코리아 대표이사인 김수홍씨다. 그는 1999년 인천대교 구상을 처음 제안했고, 그로부터 6년간 인천대교 사업을 만들어 냈고, 2005년 6월부터 인천대교 공사를 관리하고 있다. 처음 만난 3년 전에 비해 흰머리가 많이 늘어나 있었다.

-10월23일 인천대교가 완공됩니다. 지난 10년간 인천대교를 만들면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해야 했을텐데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업구조를 확정하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주주 구성을 어떻게 할 거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해 당사자들로 주주를 만드는 구조가 있고, 순수 투자자들로 만드는 구조가 있습니다. 시공사와 같은 이해 당사자들 중심으로 가면 쉽죠. 흔히들 그렇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순수 투자자들로 주주를 구성하는 수순을 밟았습니다. 대한민국 민간투자사업에서 처음 있는 일이죠.”

-당시 왜 그런 결정을 했습니까?

“다리 통행료 때문이었습니다. 이해 당사자들이 주주가 되면 통행료는 올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담합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죠. 또 시공사가 사업시행사가 되면 사업비를 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게 다 국민 부담, 국가 부담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시행자와 시공자를 분리하기로 한 겁니다. 시공사는 공개입찰로 선정했고. 민자사업에서 경쟁입찰을 도입한 것도 이번이 처음입니다.”

-해외로부터 여러 상을 받았습니다. 직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더군요. 인천대교를 만드는 전 과정을 통틀어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금융사업이라는 틀로 민자사업을 처음 만들어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민자사업은 그간 시공사 중심이었고, 공사 중심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것을 투자자 중심, 금융 중심으로 해낸 것입니다. 외국에서는 우리나라에 시공만 있지 프로그램 매니지먼트(사업 개발과 계획, 주주 및 자금 조달, 시공 관리 등 사업의 전 과정에 대한 관리)는 없는 걸로 압니다. 그런데 우리가 프로그램 매니지먼트로 세계 최고 상을 받은 거죠.”

인천대교 사업은 금융전문지 유로머니에 의해 ‘2005년 올해의 최우수 금융조달사업’(아·태 교통인프라 부문)에 선정됐고, 지난해 말 영국의 건설주간지 컨스트럭션스는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설 프로젝트’에 인천대교를 포함시켰다. 또 김 대표는 건설전문지 ENR이 뽑은 ‘2007 올해의 뉴스 메이커 25’에 뽑혔다. 각각 금융, 기술, 디벨로퍼(사업개발자) 분야를 대표하는 상들이다.

-개발사업에서 금융이 그렇게 중요한가요?

“집을 지어서 판다고 생각해 보세요. 금융권의 돈을 가져오려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먼저 어떻게 집을 지어야 할 건지를 보여줘야 하겠죠. 그 다음에는 집을 짓는 전 과정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과 시스템을 보여줘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도 ‘근데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이렇게 나옵니다. 이 모든 게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협약으로 넘어가지 못합니다. 그런 금융권이 우리에게 무담보 무보증으로 조 단위 대출을 해준 겁니다.”

김 대표는 이 대목에서 자긍심을 감추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ENR상을 알아주지만, 나는 금융조달 분야 상을 받은 게 더 자랑스럽다”고 말하는 이유를 알 듯 했다. 인천대교㈜는 에이멕(AMEC), 인천시, 국민은행 기업은행 MKIF 등 재무투자자들로 주주를 구성했다.

-어떻게 금융권 투자를 이끌어 냈습니까?

“핵심은 투명한 시스템입니다. 투명해야 금융권이 들어옵니다. 투명하다면 보증도 필요없습니다. 출자금의 60∼70%가 금융사에서 나온 것이라면 그 사업은 일단 투명하다고 봐도 됩니다. 우리는 공사비를 확정해 나가는 과정, 수요를 예측하는 과정, 시공사를 결정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다 보여줬습니다. 에이멕이라는 세계적인 기업의 관리능력에 대한 믿음도 있었을 겁니다. 그걸 다 보고 금융권이 오케이한 겁니다.”

-그동안의 민자사업들이 투명하지 않았다는 말인가요?

“사업 제안서를 만들기 전까지의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주주 구성, 사업비, 수요 예측, 공정 관리, 자산 관리 등을 어떻게 할 건지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해져야 합니다. 지금 대한민국 민자사업에는 이게 빠져있습니다. 제일 중요한 게 사업비와 수요예측인데, 그걸 민자영역에만 맡겨선 안 됩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처음부터 함께 참여해서 민관 공동으로 사업구조를 확정해 나가는 방법을 찾아야만 합니다. 우리는 인천시와 공동으로 사업구조를 확정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여기에만 200억원을 썼고 국내외 최고 전문가들을 대거 참여시켰습니다.”

-인천대교를 다른 다리와 비교한다면?

“인천대교는 공사 과정에서 공사비가 한 푼도 늘어나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것도 민자사업에서 처음 있는 일일걸요? 처음부터 확정가격을 취했고, 어떤 경우에도 가격을 움직일 수 없게 했어요. 그 대신 시공사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서 비용을 줄인다면 그걸 가져갈 수 있게 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시공사들이 온갖 자동공법을 만들어 내더군요. 결국 비용이 늘지 않았고, 공기(工期)도 단축됐습니다.”

인천대교는 종종 서해대교와 비교된다. 둘 다 주탑에서 늘어뜨린 강선에 상판을 매다는 사장교 방식이지만 인천대교는 투자자 중심으로, 서해대교는 정부 중심으로 건설됐다. 서해대교 길이는 7.3㎞로 인천대교보다 5㎞ 가량 짧다. 그러나 공사기간은 7년이 소요돼 인천대교(4년4개월)보다 길다.

-인천대교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서 말씀해 주시죠.

“대한민국의 제도와 법을 보면 폐쇄적이고 방어적입니다. 그러니까 수출주도형으로 갈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런데 이렇게 계속 간다면 수출에서 리스크가 발생할 때, 우리가 살 수 있는 길이 없습니다. 서비스와 관광에서는 왜 대국이 안 되나? 이런 생각을 해야 합니다. 인천대교가 시작되면서 경제자유구역법도 생겨났습니다. 인천대교의 진정한 가치는 지금 조성되는 경제자유구역과 연계될 때 드러날 겁니다. 송도의 비즈니스타운, 영종도의 공항 등 관광레저단지, 청라도의 금융타운, 이들을 연계하는 핵심 인프라가 인천대교입니다. 국가 미래의 동맥과 같습니다.”

김 대표의 답변에서는 예외없이 ‘처음’이라는 말이 발견된다. 처음이라는 말로 자신의 얘기를 다 채우는 사람은 처음 본다. 게다가 그의 나이는 이제 오십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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