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이 방정”…유력 인사 ‘병역특례’ 언급하면 진다?

“입이 방정”…유력 인사 ‘병역특례’ 언급하면 진다?

기사승인 2009-03-24 16:4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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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 스포츠] “입이 방정이라고 했던가?”

유력 인사들이 국제 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의 병역특례를 언급할 때마다 패배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고 있다. 제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18일 4강행을 결정하는 중요한 한·일전에서 대한민국이 4대 1로 일본을 꺾었다. 그러자 다음날 하일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사무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만약 이번 대회(WBC)에서 우승하면 정부에 병역특례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보도되자 여론은 양 갈래로 나뉘어 싸우기 시작했다. 반대 측은 타 종목과의 형평성 문제와 신성한 병역 의무를 스포츠 행사에 원칙 없이 연계시킨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찬성하는 여론은 주로 힘든 시기에 야구 대표팀이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줬고 크게 국위 선양했으므로 병역특례는 당연하다는 입장이었다. 인터넷 공간에는 병역문제가 불거지기 전까지는 단합해서 응원하던 분위기였지만, 군대 얘기가 나오자 순식간에 욕설이 오가는 싸움터로 변해버렸다.

20일 다시 맞붙은 한·일전에서 한국은 2대 6으로 패했다. 비록 큰 의미가 없는 경기이기 때문에 힘을 뺀 상태였지만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었다. 이 패배와 함께 병역특례 논란은 잠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대한민국 대표팀이 준결승에서 강호 베네수엘라를 완파하고 결승에 올라가자 이번에는 강승규 대한야구협회장이 나섰다. 한나라당 의원이기도 한 강 회장은 한국과 일본의 결승전을 하루 앞둔 23일 입을 뗐다.

강 회장은 정부에 요청하는 수준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의원 입법이라는 수단으로 병역 면제를 추진하겠다고 기자들 앞에서 밝혔다. 다시 논란은 증폭되고 이곳저곳에서 찬반양론이 극명하게 갈리는 토론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24일 결승전에서 한국 대표팀은 미국 해설자가“오늘 경기는 패자는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멋진 대결을 벌였지만 아쉽게 패배하고 말았다.

병역 특례가 구설수에 오르면 대표팀이 패배하는 상황은 2006년 1회 WBC에서도 나타났다. 당시 승승장구하며 연승으로 4강에 오른 한국 대표팀. 일본을 두 차례나 연파하며 국민들을 열광시켰다.

하지만 2006년 3월18일, 결승 진출팀을 가리는 운명의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일본에 6대 0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앞선 두 경기에서 패배하고 정작 준결승에서 승리한 일본은 우승했다. 당시에도 경기 하루 전인 17일 국무회의에서 병역미필자 11명에 대한 병역특례 결정이 이루어졌다. 일본 매체들은 한국이 4강에 오른 것은 “병역특례 때문이었다”면서 비아냥댔다.

선수들의 속내는 알 수 없지만 그들은 병역특례와 상관없이 항상 자기자리에서 최선을 다한다. 특히 태극마크를 달고 나갔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애초에 병역특례가 걸려있지 않았던 이번 대회에서 결승까지 올라간 것이 이를 증명한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기도 전에 유력인사들이 인기에 영합하듯 병역 문제를 가지고 선수들과 여론을 들쑤셔놓는 것은 아닌지 짚어봐야 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뭔데 그래◀ WBC 병역면제 줘야하나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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