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사회] 경제 한파가 밀려들면서 고용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내외국인을 가릴 처지가 아니지만 이국 땅에 ‘코리안 드림’을 품고 찾아온 외국인 노동자에게 최근 상황은 더욱 가혹하다.
30년 가까이 외국인 노동자들의 권익보호 활동에 앞장서 온 김해성(48·사진) ㈔지구촌사랑나눔 대표는 27일 “일자리 문제로 상담하러 찾아오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 휴·폐업, 감원, 조업중단 등 구조조정에 내몰린 업체들에서 1차 감원 대상은 외국인 노동자들과 중국동포들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그는 우려했다.
외국인 노동자에게 실직은 ‘막다른 골목’이다. “당장 수입이 없어지는 것은 물론 2개월 안에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돼 강제출국 조치를 당하게 됩니다. 많은 비용을 들여 입국했는데 돈도 벌지 못하고 쫓겨나야할 처지니 피가 마르는 상황이죠.”
지난 11일 평택에서 베트남 출신 30대 초반 외국인 노동자가 경기침체로 해고된 뒤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은 이런 배경이 있기 때문이라며 그는 안타까워했다.
일자리가 줄면서 불만의 화살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쏠리기도 하지만 이는 방향을 잘못 잡은 것이라고 그는 지적했다. 내외국인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분야도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내국인들은 취업하기를 꺼리는 3D업종 영세사업장이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김 대표는 “외국인 노동자들을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더불어 살아가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출산율로 인한 경제활동 인구 감소, 국제결혼의 증가 등으로 우리나라는 이제 다인종,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다”면서 외국인 장기체류자 500만명, 1000만명 시대가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현실을 무시하고 외국인 노동자, 중국동포, 결혼 이민자나 그의 자녀들을 차별하고 방치한다면 이들이 잠재적인 사회불안요인으로 자리잡게 돼 LA 흑인 폭동과 같은 국가적 재앙을 맞을 수 있습니다.”
김 대표는 우선 단기적으로 ‘고용허가제’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직 후 다른 일자리를 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기간을 현행 2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3회로 제한하고 있는 사업장 변경도 사업주의 부당한 대우나 휴·폐업 등 본인의 잘못이 없는 경우에는 제한을 두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피부색이 다르다고 학교에서 놀림을 받아 마음의 상처를 입거나, 교육을 받지 못하고 방치되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1980년 성남지역에서 도시빈민지원 활동으로 사회운동에 발을 디딘 후 외국인 노동자를 위한 무료상담소와 쉼터·급식소, 중국동포의 집, 외국인 노동자 전용의원, 한국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 다문화복지센터 등을 운영해 오고 있다. 내년에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다중 언어·문화 전문가로 육성하기 위한 정규 다문화학교를 만들 계획이다. 글·사진=국민일보 쿠키뉴스 라동철 기자
rd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