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경제] 경제문제를 두고 글로벌 '블로그 대전'이 펼쳐지고 있다. 국가별 경제해법을 두고 전 세계 네티즌간 설전이 벌어지는가 하면 내로라하는 경제학자와 중앙은행 총재까지 블로그나 소속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논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에 균열이 생긴 국제금융질서를 선점하려는 정치적 셈법이 공방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파워 블로거들의 공방전=파워 블로거의 선봉장은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난 23일 자신의 블로그와 뉴욕타임즈 토론방에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책에 대한 비판글을 올렸다. 투자를 유치해 민·관이 공동으로 은행 부실자산을 정리한다는 구상의 비현실성을 지적한 글이었다. 이 글을 두고 교수 3명과 네티즌 등 500여건의 댓글 공방이 이어졌다.
세계적인 석학의 논리에 맞선 네티즌도 있다. 지난 26일 호주에 사는 네티즌 존 햄튼은 자신의 블로그(brontecapital.blogspot.com)에 '씨티그룹과 웰스파고 은행 합병을 허용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을 올렸다. 은행간 경쟁이 고수익 고위험 구조를 키웠다는 주장으로 크루그먼식 국유화도 문제의 본질에 대한 해법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이 글은 타임즈 경제 칼럼니스트인 저스틴 폭스의 블로그(curiouscapitalist.blogs.time.com)에도 소개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폭스는 30일 크루그먼의 국유화 해법과 오바마 행정부 모두 문제의 본질보다 기술적인 면만 바라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교수는 블로그(gregmankiw.blogspot.com)에 목없는 닭에게 부실 보험사 처분을 맡기는 엽기 애니메이션인 '사우스파크' 동영상을 올려 당국의 무원칙성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자국 이해관계를 대변=저우샤오촨 중국 인민은행장은 지난주 은행 홈페이지를 통해 "IMF의 특별인출권(SDR)이 국가를 초월하는 슈퍼통화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달러 대체통화로 SDR를 제안해 파장을 일으켰다. 중국은 뒤늦게 "(중앙은행장의) 개인적인 소견"이라고 해명했지만 오는 4월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견제하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삼성경제연구소 곽수종 수석연구원은 "세계경제를 움직이는 플레이어들의 블로그 논쟁에는 정치·경제학적인 맥락이 숨겨져 있다"며 "기축통화와 경기방어를 두고 국제공조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자국 이익을 방어하고 이론적 토대를 제공하려는 시도도 엿보인다"고 말했다.
유럽의 싱크탱크인 브뤼겔(Bruegel)연구소의 장 피사니-페리 소장은 자신의 블로그(www.pisani-ferry.net)를 통해 이번 금융위기를 통한 유로화의 리스크 관리능력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피사니-페리 소장은 "나쁜 날씨(어려운 시점)에서 유로존 국가들의 은행권 자기자본확충 관련 리스크 관리능력 부족으로 유로화 위상을 (달러화만큼) 끌어올리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가 운영하는 경제학자 포럼(www.ft.com/econforum)에도 아일랜드 더블린의 케빈 오루크 트리니티대 교수가 G20 정상회담을 앞두고 각국의 거시경제정책 공조를 촉구하는 글을 올려 영국의 입지를 대변하기도 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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