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는 일단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기술에 근접하기에는 여전히 해결되어야 하는 기술적인 문제들이 적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군사문제전문가들은 궤도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1998년 8월 대포동 1호 발사시보다는 사거리가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여 북한의 장거리 로켓기술이 일정 부분 성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게다가 북한의 장거리로켓 개발에 대한 집요한 노력은 계속될 것으로 보여 북한의 로켓기술은 여전히 동북아의 불안요소가 될 전망이다.
정부와 군사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이번 시험발사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여부를 분명하게 판단하기에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정부관계자에 따르면 1단계 낙하지점은 당초 북한이 국제기구에 통보한 위치에 근접했다. 그러나 2단계 낙하지점은 당초 북한이 계산한 지점에 못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당초 2단계 낙하체가 일본 동쪽에서 2150㎞ 떨어진 태평양상에 추락할 것이라고 국제기구에 통보했지만 일본 방위성이 파악한 낙하 지점은 1270㎞ 지점이었다. 이는 장거리 로켓이 발사된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서 2720㎞ 되는 지점으로 98년 1550㎞보다 1170㎞가량 늘어난 거리이다. 항공우주연구원 천용식 박사는 "발사체 거리가 꽤 많이 나간 것은 기술적으로는 상당한 수준 발전한 것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천 박사는 궤도진입에 성공하지 못한 것은 추력이 부족했던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통상 인공위성발사시 1단계 로켓이 떨어진 후에는 페어링(인공위성의 앞 덮개부분)을 벗겨야 하는 데 이 부분이 실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천 박사는 "페어링을 벗겨내는 기술은 우리가 선진국과 함께 실험할 때도 절대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핵심기술"이라며 "이 무게를 지탱해줄 수 있을 만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륙간탄도미사일기술에 중요한 단분리기술도 여전히 확실히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2단계와 3단계 낙하체가 비슷한 지역에 떨어졌다"며 "2단계와 3단계가 분리됐는 지는 분명치 않다"고 말했다. 국방연구원(KIDA) 김병용 연구위원은 "대륙간탄도미사일 관련 주요기술은 다단계로켓, 고체연료, 탄두, (대기권) 재진입체 기술"이라며 "대포동 1호 발사시 단분리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지만 이번에 만약 2, 3단계 낙하체가 같은 지역에 떨어졌다면 단분리기술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단계 추진체의 추력이 약해서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해군 한 전문가는 "3단계 로켓이 제대로 나가지 못했다는 것은 2단계 연료가 완전히 연소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밀했다.
또 3단계에 주입된 고체연료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북한은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단거리 미사일인 KN-2미사일 시험에 성공해 고체연료사용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진 것으로 분석됐었다. 천 박사는 예상보다 지나치게 기온이 낮아 고체연료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국민일보 쿠키뉴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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