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정치] 2007년 12월28일, 당선인 신분이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퇴임을 앞둔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백악실에서 마주앉았다. 이 대통령이 대선에서 승리한 이후 첫 만남이었고, 두 사람의 첫 독대였다. 이 대통령이 먼저 말을 꺼냈다. “왜 제 뒷조사 같은 것 하고 그러십니까”. 2007년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등이 이 후보와 친·인척의 부동산 거래내역을 조사했다는 의혹을 거론한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이 화를 냈다. “우리는 절대 그런 짓 한 적 없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강하게 부인하는 목소리가 백악실 밖에까지 들렸다는 후문이다.
불편한 관계
이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의 ‘불편한 관계’는 이렇게 시작됐다. 이 대통령은 첫 만남에서 “후임자가 전임자를 예우하고 잘 모시는 아름다운 전통을 만들겠다”고 말했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 정권과 전 정권은 매년 부닥쳤다. 2008년에는 노 전 대통령의 청와대 기록물 반출 사건이 벌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재임시절 청와대 기록물을 봉하마을로 가져갔고, 현 정부는 이를 ‘불법적인 기록 반출’로 규정했다. 봉하마을측은 “전직 대통령의 열람권 차원”이라고 주장했으나 현 정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결국 노 전 대통령은 기록물을 반납했고, 기록물 반출에 관여했던 노 전 대통령 측근들은 검찰에 고발됐다. 검찰 조사는 ‘마지막 조사’만을 남겨놓고 있다.
올해는 박연차 게이트가 터졌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과 아들, 형님, 조카사위가 줄줄이 조사받고 있다. 노 전 대통령 본인 역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청와대는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히고 있다. 그러나 노 전 대통령측 인사들은 “전직 대통령에게 너무하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숨기지 않는다.
매년 부닥치는 이유는?
여권내 핵심세력들은 정권 출범 이후부터 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을 경계해왔다. 노 전 대통령과 친노세력들이 끊임없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면서 현 정부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는 것이다. 친이계 핵심의원은 16일 “노 전 대통령은 퇴임과 동시에 봉하마을로 내려갔지만, 정치적으로 계속 움직이지 않았느냐”며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수사로 노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봉쇄된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다른 친이계 의원도 “아직 결론은 내려지지 않았으나, 이번 수사 결과로 ‘촛불세력’의 일부 축들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고 이는 국정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 전 대통령측의 ‘반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가능성은 낮지만, 노 전 대통령측이 현 정권의 약점을 건드리고 나올 경우 박연차 수사는 두 정권간 ‘전면전’으로 비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측 인사는 “노 전 대통령의 스타일상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며 “철저하게 법리적으로 따지는 대응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남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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