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릴수 있어 행복하다”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서 장애인―비장애인 ‘2인1조’씽씽

“달릴수 있어 행복하다”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서 장애인―비장애인 ‘2인1조’씽씽

기사승인 2009-04-20 17:07:01

[쿠키 스포츠] 가슴이 터질 것 같은 환희는 비옷 한 벌과 자전거 한 대면 충분했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는 오히려 상쾌함만 더해줄 뿐이었다.

대한장애인체육회(회장 장향숙)가 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서울 방이동 올림픽 평화공원에서 개최한 제1회 전국어울림사이클대회. 오전11시부터 시작된 행사에는 250여 명의 장애·비장애인이 참여했다.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은 손으로 페달을 돌리는 핸드사이클을,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과 2인 1조로 타는 탠덤사이클로 달렸다.

시각 장애인 이현정(43·여)씨는 놀이기구를 타고 내려온 듯 얼굴이 벌겋게 상기돼 있었다. 파일럿 역할을 맡은 인천 소방안전본부 119 소방안전봉사대 소속 이종욱(43)씨와 한 팀이 돼 공원 한바퀴(5㎞)를 1위로 질주했다. 탠덤사이클을 탈 때 앞에서 방향을 결정하고 리드하는 비장애인을 파일럿(pilot)이라 부른다.

이씨는 “가슴이 터질 것 같아요. 내 발로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을 줄 몰랐어요”라며 가슴이 벅찬 듯 숨을 헐떡였다.

그는 연신 파일럿 이씨에게 “고맙습니다”를 반복하며 팔을 꼭 붙들었다.

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는 점점 거세졌고, 바람 때문에 전날보다 기온이 10도 가까이 떨어진 쌀쌀한 날씨였지만 불평하거나 어두운 표정을 한 사람은 없었다.

베이징 장애인올림픽 사이클 은메달 리스트 진용식 선수는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사이클은 해방감을 맞보게 해주며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마력이 있다”며 사이클 예찬론을 폈다.

탠덤사이클에 참가하기 위해 주최측의 소개로 처음 만난 시각 장애인과 파일럿 사이에 처음에는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하지만 자전거로 호흡을 맞추기 시작하자 이내 어색함은 사라지고 말문이 터지기 시작했다. 시각장애인 박종화(48·여)씨와 대학에서 생활체육을 공부하다 국군체육부대에서 군복무 중인 정대창(23)씨도 그랬다.

박씨가 “학생이냐”고 묻자 앞에서 핸들을 잡고 있던 정씨는 “아니요 군인입니다. 아니 둘 다 입니다”라고 말했다. 평범한 대화에도 웃음보가 터졌다. 코스를 돌고 온 둘은 마치 고모와 조카처럼 친근한 사이가 돼 있었다.

고가 장비인 핸드사이클을 처음 접해본 참가자들은 신기한 듯 조작법을 익히느라 분주했다. 가족들은 걱정스러운 듯 “브레이크는 어디있느냐, 너무 빨리 달리지는 말아라”고 잔소리를 했지만 모두들 즐거운 표정이었다. 어렸을 때 뇌성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 김연근(46)씨는 “그동안 너무도 타고 싶었는데 소원을 풀었다”며 “오늘이 지나면 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오늘은 그런 생각 안하고 비에 흠뻑 젖을 생각”이라며 열심히 패달을 돌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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