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미스터리… 증시·환율 예상외 행보

금융시장 미스터리… 증시·환율 예상외 행보

기사승인 2009-04-23 18:06:01


[쿠키 경제] 증시와 환율이 따로 움직이고 있다. 증시가 오르면 원·달러 환율은 떨어지는 등 주가와 환율은 반대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흐름은 오히려 같은 방향성을 보일 정도다. 개인 투자자를 중심으로 경기 바닥 기대감이 강한 주식시장과 달리 외환·자금시장에선 경계심리가 여전한 데 따른 기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반등에도 꿈쩍않는 환율

23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78포인트(0.94%) 오른 1368.80으로 나흘째 상승세를 보였다. 반면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 환율은 0.50원 내리는데 그쳐 전날 수준인 1348.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통상 국내 증시로 유입되는 돈(달러)이 많아지면 환율은 떨어진다. 그러나 지난 한주간 코스피지수가 32.08포인트 오르는 동안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16원이나 뛰었다.

삼성경제연구소 권순우 거시경제실장은 "국내 증시의 회복에 대한 기대가 너무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라며 "외환시장에선 금융위기가 아직 끝난 게 아니어서 어두운 부분(부실 재발 등)을 여전히 고민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주식시장과 외환시장을 이끄는 변수도 극명히 갈린다. 주식시장에선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 증시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와 달리 '베어마켓 랠리'(약세장속 일시적 강세)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지 않고 있는 개인들이 오름세를 주도하는 형국이다. 반면 외환시장에선 글로벌 침체 장기화에 따른 조선수주 취소 가능성과 연말까지 GM대우의 선물환 만기물량이 37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담감이 경계심리를 키우고 있다.

기대와 경계의 탐색기간

전문가들은 주식시장의 기대감과 외환시장의 경계감이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인 불안심리를 반영한 것일 뿐 자금경색 재현의 시발점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빠른 반등에 대한 의구심은 해외자금시장에도 반영됐다. 지난 1주일 사이 우리나라 신용위험도를 나타내는 국채 5년물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이 20bp(1bp=0.01%) 올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CDS 프리미엄 상승폭이 과도한 수준은 아니다"며 "그동안 금융시장이 입은 상처가 다 치유된 것이 아니지만 더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증권 이상재 경제분석부장은 "미 금융권이 다음달 4일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발표를 앞두고 금융 불안에 대한 우려가 환율과 CDS 프리미엄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당장은 탐색기간이 될 가능성이 많지만 장기적으로는 하향 안정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부 다른 관계자도 "3월 위기설을 넘기고 상승세를 탔던 시장이 그동안 흐름을 뒷받침할만한 소재나 펀더멘털에 대한 점검 차원에서 조정을 보이고 있다"며 "외환시장의 경우 GM대우의 선물환 계약이 한꺼번에 취소되더라도 당국이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라 장기적 트랜드가 하향 안정으로 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정동권 기자
danchung@kmib.co.kr
황일송 기자
danchung@kmib.co.kr
황일송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