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키코 가처분 결정 기준 제시

법원, 키코 가처분 결정 기준 제시

기사승인 2009-04-24 17:43:01


[쿠키 사회] 법원이 통화옵션상품인 키코(KIKO)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사건에서 지난해와 달리 ‘예측할 수 없었던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한 계약 해지 주장은 인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는 지난 2월20일 재판부 교체 이후 내려진 첫 결정으로 남은 77건의 가처분 사건과 100건 가까운 본안 사건 처리에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부장판사 박병대)는 24일 티엘테크㈜가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옵션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7건의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에이원어패럴이 신한은행을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 등 3건은 “은행 측이 설명 의무를 다하지 않은 점 등이 인정된다”며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부가 제시한 원칙은 세가지다. 첫째는 계약의 무효·취소 주장 및 사정변경 등 신의칙을 이유로 한 해지 주장은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둘째는 은행은 적합한 상품을 판매할 의무(적합성 원칙)와 설명의 의무를 다해야 하며, 이를 위반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업이 투기적 외환 거래를 한 것으로 드러날 경우와 시급한 보전의 필요성이 없는 경우에는 신청을 기각토록 했다.

재판부는 “현 시점의 환율이 계약 체결 당시의 예측치보다 높다고 해서 앞으로도 지속 또는 악화되리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따라서 현재 환율로 계약 전체의 효력을 소멸시키는 것은 합리성이 없다”고 사정변경 원칙 불허 사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사정변경 원칙은 인정하지 않는 대신 은행에 높은 수준의 고객 보호의무를 요구했다. 재판부는 “파생금융상품을 판매하는 은행이 고객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면 은행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은행이 고객에게 키코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면 계약 당시 환율보다 130% 넘게 환율이 인상됐을 때 은행이 키코 계약에 따른 옵션 채무 이행 청구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은행권은 법원이 마련한 기준에 대해 합리적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정변경을 인정한다는 것은 상거래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기 때문에 키코를 둘러싼 논의가 이제야 정상으로 돌아온 것”이라며 “설명 의무 불이행 여부는 다퉈볼 만한 사안이지만 이 역시 정확한 기준을 설정하기 어려워 건별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양지선 전웅빈기자
dybsun@kmib.co.kr

▶뭔데 그래◀ 김연아 연예인급 행보, 문제 없나

양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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