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런 흉통…심장혈관 이상 경고음일수도

갑작스런 흉통…심장혈관 이상 경고음일수도

기사승인 2009-04-26 19:13:01

[쿠키 건강] 서모(61·남·서울 방이동)씨는 잠을 자던 중 새벽 4시10분쯤 따끔따끔하고 쥐어짜는 듯 심한 흉통을 느껴 잠에서 깼다. 가슴통증은 숨을 쉬기 힘들 만큼 점점 심해졌다. 놀란 서씨는 급히 급성흉통센터를 운영하는 S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의사는 일단 니트로글리세린을 투약하고, 정확한 원인을 찾기 위해 심전도와 심장초음파, 혈액 검사를 실시했다. 니트로글리세린은 혀 밑에 두고 서서히 녹여가면서 먹는 약물로, 혈관을 일시적으로 확장시켜 흉통을 감소시키는 작용을 한다.

검사 결과 서씨의 흉통은 급성 심근경색증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응급 심혈관 중재 수술을 받지 않으면 생명이 위험한 상황. 급성 심근경색증은 보통 6시간 관찰 후 상태가 경미하면 외래 치료를 받게 되지만, 중증일 때는 막힌 혈관을 뚫어주는 심혈관 중재 수술을 받아야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서씨는 이른 아침 시간 30분여에 걸쳐 심혈관 중재 시술을 받고 돌연사 위기를 넘겼다. 흉통 발생 후 정확히 2시간 15분, 응급실 도착 후 62분 만이었다.

야외 나들이와 가벼운 운동에도 가슴이 쥐어짜듯 답답하고 싸한 느낌, 무거운 것으로 누르는 듯한 통증을 느낀다거나 갑자기 찬바람을 접하면 가슴이 뻐근하고 두근거림을 느낀다면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니다. 평소 계단을 오르거나 빨리 걷기 등의 운동을 할 때 가슴이 아파 쉬면 2∼3분 내로 없어지는 증상을 방치하다 어느 날 갑자기 격심한 흉통을 느껴 응급실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급성흉통센터 최진호 교수는 “심장혈관 이상에 의한 흉통으로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연평균 700∼800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이런 상황은 고려대병원과 중앙대병원도 마찬가지. 2006∼2008년 고려대병원 흉통클리닉을 찾은 초진 환자가 430∼10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중앙대병원은 최근 3년 동안 연평균 500명 수준.


흉통을 느낄 때 가장 경계해야 될 질환은 심근경색증과 협심증 등 심장혈관 이상 질환이다. 특히 협심증은 전형적으로 가슴 중앙이 뻐근하거나 짓누르는 듯 통증을 느끼게 되지만 때때로 왼쪽 어깨 또는 왼쪽 팔의 안쪽, 배 위쪽이나 턱 쪽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하므로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협심증 중에서 안정형 협심증은 육체적으로 쉬고 있을 때는 통증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이런 안정형 협심증을 치료하지 않으면 불안정 협심증으로 발전해 움직일 때뿐 아니라 가만히 있을 때에도 갑자기 5∼10분간 발작적으로 가슴이 몹시 아픈 증상을 느끼게 된다.

돌연사의 직접 원인이 되는 심근경색증은 이 같은 통증이 30분 이상 지속돼 심장 근육이 손상을 입은 상태를 말한다. 좁아진 심장 혈관을 풍선으로 넓혀주거나 막힌 데가 있으면 스텐트(금속성 그물망)를 넣어 뚫어주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흡연이나 스트레스로 인해 심장혈관이 갑자기 경련을 일으켜 흉통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른바 ‘변이형 협심증’이란 병이다. 이때는 밤이나 이른 새벽에 주로 흉통을 겪게 되고, 특히 술을 마신 다음날 심해진다. 고려대병원 순환기내과 임도선 교수는 “스트레스, 흡연 등의 위험요인을 피하고 6개월 정도 약물을 복용하면 대부분 호전된다”고 말했다.

흉통은 이 밖에 역류성 식도염 대동맥질환 심외막염 늑막염 등 심장혈관과 관련이 없는 질병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흉통을 느낄 땐 병원을 찾아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 좋다.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이광제 교수는 “흉통은 무엇보다 돌연사 위험이 높은 심장혈관에 이상이 있음을 예고하는 위험신호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가벼운 통증이라도 무심코 넘겨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이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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