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4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 유지예씨

제64회 새내기사회복지상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 유지예씨

기사승인 2009-04-27 17:44:02
[쿠키 사회] 서서히 시력을 잃고 있는 시각장애인 유지예(28·여)씨는 27일에도 서울 상계동 서울시립 노원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평소처럼 화면해설 방송을 보는 방법을 상담하고 있었다. 그는 “사이버방송센터에서 드라마를 보려면 어떻게 하나요”라고 묻는 한 시각장애인의 전화를 받고 “오른쪽 방향키를 누르세요. 엔터키를 누르고 화면이 바뀌는 걸 기다리세요”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인내심은 어지간해서는 따라가기 힘들어 보일 정도였다.

국민일보와 한국사회복지협의회, 삼성전자가 공동 주최하는 새내기사회복지상 제64회 수상자인 유씨는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 해설방송 서비스 업무를 맡고 있다. 방송을 모니터링하고, 화면해설 작가교실를 운영하며, 사이버방송센터 건립사업에도 참여하는 등 하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다.

비장애인에겐 간단하게 알려 줄 일도 시각장애인에게는 TV를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일일이 확인하며 설명해야 한다. 10분에 끝내기도 하지만 때론 30분도 넘게 걸린다. 알려줘서 고맙다는 사람도 있고 불편하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있다. 유씨는 “힘들 때도 있지만 수많은 시각장애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유씨는 1급 시각장애인이다. 완전히 시력을 잃지는 않았지만 작은 글씨를 보거나 서류를 오래 읽는 게 쉽지 않다. 길을 걷다가 종종 간판에 부딪힌다.

그는 고교 2학년 때 처음 장애를 느꼈다. 눈병 정도로 생각했는데 병원을 다녀와서 의학서적을 찾아 본 뒤에야 실명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유씨는 “암흑 속에서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던 그 무렵이 가장 힘들었다”고 말했다.

유씨는 이후 확대 시험지 같은 보조기구가 있었다면 공부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은 덜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됐다. 그는 자신이 경험했던 불편을 똑같이 겪는 다른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해야겠다고 결심하고 2005년부터 사회복지사 길을 걷기 시작했다.

유씨는 지금도 실명이 진행 중이다. 40세까지는 괜찮다는 진단을 받았었는데 최근 의사가 진행이 빠르다고 했단다. “준비는 하고 있다”고 말하는 유씨의 목소리는 약간 떨렸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하는 보람에 대해 말할 때의 밝은 표정과는 사뭇 달랐다.

하지만 앞으로 포부를 묻자 분위기를 되찾았다. 복지관을 운영하는 대표가 되고 싶다는 희망도 덧붙였다. 유씨는 “고맙다며 연하장을 보내주시는 분, 건강하라며 작은 선물을 보내주시는 분 덕분에 힘내서 일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힘을 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문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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