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시장 모델별 순위 1∼10위까지 미 ‘빅3’와 일본 업체들이 휩쓸었다. 1, 2위는 F-픽업(포드), 실버라도(GM) 등 미국에서 전통적 강세를 보이는 픽업 트럭이 차지했고, 3위는 도요타의 대표 중대형차 캠리가 올랐다. 캠리는 43만7000여대가 팔려 현대차 미국 총 판매량(40만1742대)보다 많다. 서유럽 시장 톱10은 폭스바겐 3개 차종이 포함된 것을 비롯해 유럽과 미국 메이커가 양분했고, 일본 수입차 시장 역시 폭스바겐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유럽 업체가 대부분이었다.
현대·기아차 모델 중 세계 주요 시장에서 상위 10위 안에 든 것은 중국의 엘란트라(아반떼), 인도 i10 및 상트로(아토스)가 유일하다. 배기량 1600㏄급 이하 경·소형차군이 그나마 신흥시장에서 선전하며 전체 판매를 견인하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기아차의 올해 1∼4월 수출 실적을 보더라도 상위 10위 안에 중대형 세단은 없다. 국내 판매 1위인 쏘나타 역시 세계 시장에서는 인정받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소형차 위주로 재편되면서 현대·기아차가 나홀로 판매가 늘고 있지만 실용적 차를 앞세운 ‘박리다매’식 전략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수익성 악화도 초래한다. 기아차의 경우 올 1분기 평균 수출 단가가 1만500달러로 지난해(1만3500달러)보다 3000달러(370만원) 떨어졌다.
이에 따라 지금이 현대·기아차가 대표급 차량을 키울 수 있는 기회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 불황기에도 이미지나 정통성이 떨어지는 고급차 시장 후발 주자들이 시장을 확대했다. 도요타는 1980년대 후반 대부조합 사태로 미 자동차 시장이 크게 위축됐을 때 합리적 가격과 공격적 마케팅을 앞세워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시장에 안착시켰다.
김필수 대림대학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시장 재편 상황에서 브랜드 마케팅 강화 및 핵심 기술 확보 등을 통해 세계적 베스트 모델을 육성해야 한다”며 “소형차와 고급차를 혼합한 양극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지호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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