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 대통령’ 허재, 대표팀 지휘봉 잡았다

‘농구 대통령’ 허재, 대표팀 지휘봉 잡았다

기사승인 2009-05-07 17:25:01
[쿠키 스포츠] 올 시즌 전주 KCC를 프로농구 정상으로 이끈 허재(44) 감독이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다.

대한농구협회는 7일 이사회를 열고 허 감독이 대구 오리온스 감독으로 선임된 김남기 감독의 뒤를 이어 남자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다고 밝혔다. 허 감독은 다음달 8일 일본 나고야에서 열리는 동아시아선수권대회를 시작으로 7월18일 대만에서 개최되는 존스컵, 8월6일 중국 텐진에서 열리는 아시아선수권 대회에 대표팀을 이끌고 출전한다.

현역 시절 ‘농구 대통령’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농구의 상징이었던 그는 KCC 감독으로 올 시즌 챔피언에 올라 ‘스타 출신 감독은 안된다’는 징크스를 보란듯이 깨뜨리며 명장 반열에 올랐다.

2005∼2006 시즌 KCC에서 첫 감독직을 맡은 후 그의 지도자 생활은 순조롭지 않았다. 호랑이 감독으로 불리는 그는 선수들을 매섭게 다뤘고 선수들은 감독이 무서워 감히 다가서지 못했다.

현역시절 타고 난 기량을 바탕으로 강한 승부근성까지 갖췄던 허 감독은 자신의 기준을 선수들에게 들이대면서 이에미치지 못하는 선수들에게는 불호령을 내렸다. 감독과 선수와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이때문인지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도 팀 성적은 나아지지 않았다. 급기야 2006∼2007 시즌에는 ‘꼴찌’로 전락하는 좌절도 맛봤다.

감독으로서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그는 올 시즌 하승진을 영입해 최강의 진용을 갖췄다. 하지만 서장훈이 허 감독과 갈등을 못이기고 팀을 뛰쳐 나가고 주전들의 잇단 부상으로 팀 분위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했다.

감독 인생 최대의 위기에서 허 감독은 새로운 리더십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선수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팀 관계자들은 전했다. 종전과 달라진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허 감독은 경기 중 선수가 실수를 해도 엉덩이를 툭툭 치며 오히려 격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팀이 크게 져도 선수보다는 ‘내 책임’이라며 선수들을 어루만졌다. KCC의 선전에 원주 동부 강동희 감독은 “(허재)형이 선수들에게 다가간 것이 큰 효과를 발휘했다”고 말했다.

‘농구 대통령’이 된 허재가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무대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농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이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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